내달 초 발전사 5곳, 임추위 거쳐 사장 공고 예정
제22대 총선 출마 포기 정치인, 부산지역 발전사 사장 내정설
“차라리 정치인 장관 와서 인사 적체 풀어줬으면”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사 신임 사장 인선 작업이 내달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지난 4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집권 여당의 참패로 끝난 상황에서 발전사 5곳 사장에도 ‘정치권 낙하산 인사 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으로 관가에 비상이 걸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 산하 발전사인 한국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은 내달 첫째주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사장 인선 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8월 초까지 발전사 5곳 사장 인선 작업을 끝내라’는 결정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발전사 5곳 사장은 한전 또는 산업통상자원부 출신이 임명됐거나 발전사 내부 승진으로 채워져왔다. 현재는 한전 2명과 산업부·내부·정치권 각각 1명씩이 발전사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박형덕 서부발전 사장과 김회천 남동발전 사장은 한전 부사장 출신이며, 김호빈 중부발전 사장은 내부 승진 인사다. 이승우 남부발전 사장은 산업부 출신이며 김영문 동서발전은 검사출신이지만 총선 출마 경력때문에 정치권인사로 분류된다.
그러나 관가와 에너지업계안팎에서는 이번 발전사 사장 공모에서 산업부 출신 몫이 정치인으로 채워진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임추위가 열리지도 않는 상태에서 제22대 총선에 출마하지 못한 부산지역 전직 국회의원이 해당지역 발전사 사장에 내정됐다는 것이다.
이로써 이번 발전사 5곳 사장 공모에 처음으로 산업부 출신은 한 명도 이름을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발전사는 국가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국민들에게 공급한다는 미션과 현장 사고 등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이 높아 전문성이 필요한 공기업이다.
윤 정부 출범이후 한국전력, 한국지역난방공사,한국가스공사,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 산업부 주요 산하 기관에는 전직 국회의원들이 임명됐다. 그동안은 산업부 관료출신들이 갔던 자리로 여겼지만 윤 정부에서 공식이 깨진 것이다. 이로인해 산업부 인사적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내부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인사 책임자인 장관의 리더십도 흔들린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용퇴한 산업부 1급 5명 중 1명만 공공기관 성격이 있는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1명은 민간기업에 취직했으며 나머지 3명은 아직도 직업을 구하지 못한 상태다.
산업부 복수의 관계자는 “윤 정부 출범이후 산업부 인사적체가 더욱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면서 “조직을 위해 용퇴시켜놓고 자리를 마련해주지 않으면 누가 용퇴를 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총선 끝나고 대규모 공공기관장 인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산업부 몫’이었던 자리도 정치인들한데 뺏겼다는 소문이 돈다”면서 “결국 공무원도 국민이자 유권자로 이런 불만들이 쌓여서 투표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차라리 낙하산 정치인 공공기관장말고 힘있는 정치인 장관이 와서 인사적체를 풀러줬으면 좋겠다”면서 “기획재정부는 윤 정부 초기 정치인 장관이 와서 통계·관세·조달청 등 외청장 뿐만 아니라 차관급 인사에도 기재부 출신들이 포진했었다”고 말했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