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9일 경영전략회의 메시지 ‘주목’
사업 전략 압축, 그룹 나아갈 방향 제시
‘리밸런싱’ 트리거 된 ‘서든데스’도 첫 언급
[헤럴드경제=정윤희·한영대 기자] SK그룹이 전사적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구조화)’을 진행 중인 가운데 오는 28~29일 열리는 경영전략회의(옛 확대경영회의)에서 최태원 회장이 던질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그룹을 둘러싼 위기돌파와 흔들리는 내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서든데스(sudden death, 돌연사)’보다 한층 강한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점치는 상태다.
최 회장은 매년 경영전략회의 때마다 새로운 화두를 언급, 사업전략을 압축한 메시지를 통해 그룹 전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왔다. 올해 초부터 진행 중인 사업 구조조정의 트리거가 된 ‘서든데스’ 역시 2016년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가장 먼저 언급됐었다. SK는 최 회장이 지난해 10월 7년 만에 ‘서든데스’를 재차 언급한 이후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필두로 ‘리밸런싱’을 진행 중이다.
올해 역시 SK가 전사적으로 중복투자와 사업을 정리하고 있는 만큼 위기 극복 방향성을 함축적으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례적으로 1박2일로 진행되는 이번 경영전략회의의 핵심 화두는 SK의 근본 경영철학인 SKMS(SK 매니지먼트 시스템) 회복과 리밸런싱이 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최 회장의 이혼소송 등으로 내부 분위기도 좋지 않은 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며 “최 회장이 보다 강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그룹 안팎에서는 ▷에너지분야 중간지주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에너지 계열사 SK E&S를 합병 ▷배터리 자회사 SK온과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를 합병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매각 방안 등 다양한 안이 거론되고 있다. 무려 219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줄이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 회장은 경영전략회의가 처음으로 열린 2015년에는 ‘투자’를 강조하면서 “어려울 때 기업이 앞장서서 투자를 조기에 집행하고 계획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에는 현실에 안주하면 SK라는 대기업도 언제든 ‘서든데스’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최 회장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바꾼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에는 딥체인지(근원적 변화)에서 더 나아간 ‘딥체인지 2.0’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딥체인지 2.0은 경영의 무게 중심을 이윤 확대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로 확대하는 것이다. 최 회장은 2018년 회의에서도 사회적 가치 창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최 회장은 2019년 국내서는 다소 생소한 ‘행복 경영’을 언급하면서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구성원이 행복해야 위기 상황 속에서도 기업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듬해에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처음으로 제시하며 시장의 호응을 받았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실행계획을 담은 스토리를 기반으로 성장을 가속화하자는 전략이다.
아울러 2021년에는 ‘탄소중립’, 2022년에는 ‘파이낸셜 스토리 재구성’을 각각 언급하면서 경영 시스템 혁신을 주문했다. 지난해에는 ‘시나리오 플래닝’을 말하면서 “예기치 못한 변수들은 물론 기회 요인에 유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이 던진 화두 및 비전에 대해 SK 계열사들은 후속조치를 취하고 있다. 최 회장이 투자를 언급한 2015년에는 SK하이닉스가 46조원 투자 계획(미래비전)을 발표했다. 2018년 사회적 가치를 강조한 이후 SK 계열사들은 매년 사회적 가치 창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행복 경영이 화두로 떠올랐던 2019년 당시 계열사들은 구성원 행복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행복조직을 신설했다. 최 회장은 구성원과 소통하는 ‘행복토크’를 100회 진행키도 했다.
파이낸셜 스토리가 제시된 2020년 이후 SK이노베이션과 에너지 관련 자회사들은 기존 사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친환경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탄소중립이 언급된 2021년 경영전략회의에서 SK그룹 최고 경영자들은 2050년 이전에 온실가스 배출 넷제로 달성을 추진하기로 공동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