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삼성 글로벌 전략회의
엔비디아 HBM 납품 최대 과제
하반기 메모리 시장 전망 등 검토
2주 간 이재용 회장 출장 성과 공유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가 오는 18일부터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위기 대응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지난달 말 반도체 수장으로 부임한 전영현 부회장의 첫 회의 주재이기도 하다. AI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폭발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빠르게 엔비디아에 삼성 HBM을 공급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8일부터 순차적으로 DX(디바이스경험)·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별 글로벌 전략회의에 나선다. 사업 부문별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열린다.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DS부문의 전략회의는 오는 25일 열린다. 지난달 말 DS부문장으로 취임한 전영현 부회장이 주재하는 첫 회의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자사 HBM 납품을 위해 엔비디아와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앞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삼성전자의 HBM도 엔비디아에 납품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12단 HBM3E 대량 양산이 목표라고 밝혔다. 하루 빨리 HBM 공급을 시작하는 것이 관건이다.
메모리 공급사들이 HBM 캐파(생산능력)를 확대하면서 하반기 범용 D램 시장은 오히려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 HBM 물량 쏠림 현상으로 풍선효과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구형 D램 제품인 DDR3 D램의 가격이 하반기에 50~100%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DDR4·LPDDR4 등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하반기 시장 개화가 기대되는 CXL(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 기술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인텔은 이달 초 열린 대만 컴퓨텍스 행사에서 CXL2.0을 처음으로 지원하는 차세대 데이터 센터용 신형 프로세서 ‘제온 6'를 공개했다. 그간 CXL 시장은 기술은 있었지만 이를 지원하는 제품이 없어 속도가 더디게 성장해왔다. 그러나 AI 시대의 개막으로 용량 측면에서도 CXL 메모리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시장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1년 5월 세계 최초로 CXL 기반 D램 기술을 개발한 데 지난해 5월에는 업계 최초로 CXL 2.0을 지원하는 128GB CXL 2.0 D램을 개발하는 등 한발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TSMC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격차를 좁히고 고객사를 늘리는 것이 관건이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3나노 2세대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업계 최초로 도입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반 공정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약 2주간의 미국 출장에서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들을 만나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출장을 계기로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수주 실적도 탄력을 받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고 말한 바 있다. 메타, 아마존, 퀄컴, 버라이즌 등 주요 빅테크 CEO와의 릴레이 회동에서 얻은 성과도 주요 임원들에게 공유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가전 등을 맡고 있는 DX부문은 AI 가전과 하반기 출시될 차세대 폴더블폰 시리즈의 경쟁력을 검토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