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다임 중국 다롄 팹 가동률 100%
AI 서버용 고성능 QLC 낸드 수요 폭발
낸드계 ‘HBM’으로 솔리다임 핵심 제품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SK하이닉스가 자회사 솔리다임의 중국 다롄 팹(공장)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고성능 QLC(쿼드러플레벨셀) 낸드 양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QLC 기술을 활용한 기업용 SSD 낸드는 AI 서버에 필요한 고용량 제품으로, 낸드플래시 시장의 ‘HBM(고대역폭메모리)’로 꼽힌다. D램에서 HBM으로 잡은 승기를 이어 낸드에서도 향후 폭발적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QLC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나아가 솔리다임이 적자를 벗어나 흑자 전환도 유력하게 전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솔리다임의 중국 다롄 팹은 100%의 가동률을 기록 중이다. AI 붐으로 기업용 SSD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 늘어난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하며 ‘풀 가동’에 나섰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의 낸드 자회사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구체적인 가동률 상황을 언급할 수 없으나, 다롄 팹 가동률은 시황을 살피며 점진적으로 상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솔리다임의 주력 제품은 QLC 낸드다. 지난해 말 기준 솔리다임의 전체 생산 물량 중 60%를 차지할 정도다. 기업용 SSD 제품 물량만 놓고 보면 90% 이상이 QLC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AI 서버에 탑재되는 기업용 SSD 제품은 저장 용량과 저전력이 중요하다. 이를 실현해줄 신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 QLC다. QLC는 데이터 저장 단위인 셀 한 개에 4개의 비트를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다. 단수가 같은 낸드여도 TLC(트리플레벨셀, 셀 한개에 3개 비트 저장 기술)보다 저장 용량을 추가로 늘릴 수 있다. QLC 기술을 적용한 기업용 SSD 제품은 기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제품보다 빠른 속도로 데이터 읽기가 가능하며, 소비 전력은 줄이고 저장 용량은 늘었다.
때문에 QLC 제품은 낸드 시장의 차세대 HBM으로도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체 낸드 시장에서 QLC 낸드의 비중은 ▷2023년 12.9% ▷2024년 20.7% ▷2027년 46.4%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4년 새 4배 가량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한 분야다.
업계에서는 QLC 제품에 한해선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한 발 앞서 있다고 평가한다. 솔리다임은 지난해 업계 최대 용량의 데이터센터용 QLC SSD를 출시했다. TLC SSD 대비 2배의 데이터를 같은 속도로 저장할 수 있으며, TLC SSD를 사용할 때보다 운영 비용을 17% 줄일 수 있다.
류병훈 SK하이닉스 미래전략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다롄 팹에서 생산되는 QLC 기반 60TB 기업용 SSD 제품은 전세계 유일한 제품”이라며 “QLC eSSD는 동일용량의 HDD 대비, 전력은 약 5분의 1, 사용공간은 10분의 1 정에 불과해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운영을 위해 eSSD 채택이 훨씬 더 유리한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안현 SK하이닉스 부사장도 “SK하이닉스에서도 QLC 기반 60TB, 내년에는 300TB 제품까지 준비하면서 함께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동안 TLC 기반 제품을 주력으로 하던 삼성전자는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QLC 기업용 SSD 시장에 나선다. 지난달 업계 최초로 1Tb TLC(트리플레벨셀) 9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한데 이어, 하반기 QLC 기반 9세대 V낸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QLC 시장의 확대로 그간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던 솔리다임의 실적 개선도 뚜렷해질 전망이다. 지난해에만 4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솔리다임은 올 2분기 흑자 전환이 유력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1년 인텔 낸드 사업부였던 솔리다임을 약 10조원에 인수했다.
전체 기업용 SSD 시장 매출은 올 들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기업용 SSD 시장 매출은 전분기보다 62.9% 늘어난 37억581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시장 점유율로는 삼성전자가 47.4%로 1위, 솔리다임이 30.4%로 2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