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野단독 개원, 헌정사 오점”…野 “일하지 않겠다는 선언”
文정부 ‘영부인 단독외교’ 공방도 가열…文까지 등판해 반박
연금·세제·저출생 등 여야 공통 정책 과제, 법안 발의는 뒷전
[헤럴드경제=김진·박상현 기자] 지난달 30일 문을 연 22대 국회에서 여야 정쟁의 불씨가 사방으로 번지고 있다. 21대 국회 말 극한 대립의 원인이 된 각종 특검(특별검사)법이 새롭게 발의된 데 이어, 문재인 정부 시절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 관련 공방이 연일 거세지고 있다.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감정의 골도 깊어졌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 사상 최초의 야당 단독 개원 국회를 강행해 우리 헌정사에 오점을 남겼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추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22대 국회의 첫 집회에서 108석의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반쪽 투표로 당선된 우원식 국회의장께서는 당선 인사에서 대화와 타협, 협치의 의회 정신을 강조한 게 아니라 기한을 정해 상임위원회 구성안을 제출하라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개적으로 소수당을 압박하는 초유의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원 구성은 22대 국회의 첫 단추를 꿰는 작업”이라며 “(상임위) 명단 제출을 거부하거나 지체하는 것은 일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일하는 것 자체를 방해하겠다는 선언”이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여야 원 구성 합의가 불발될 경우 오는 10일 야권 주도로 본회의를 열어 11개 상임위 위원장을 자당 의원 몫으로 선출하기 위한 표결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11개 상임위에는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법제사법위·운영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가 포함돼 있다. 박 원내대표는 “이후 벌어지는 일의 모든 책임은 국민의힘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했다.
한편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김정숙 여사의 ‘영부인 단독외교’를 둘러싼 치열한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에서는 배현진 의원이 당시 정부 자료를 근거로 6292만원에 달한 기내식 비용 및 김 여사의 방문 자격에 대한 의혹 규명을 요구했다. 박수영 의원도 “하루 빨리 수사가 진행돼 진실이 드러나길 바란다”며 김 여사의 고소를 촉구했다. 민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과 청와대 대변인 지낸 고민정 최고위원이 “100% 정쟁용”이라며 방어에 나섰는데, 급기야 문 전 대통령까지 등판해 반박글을 올리며 “제발 좀 품격 있는 정치를 하자”고 했다.
지난 3일에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김 여사에게 제기됐던 다수 의혹을 겨냥한 특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지난 21대 국회에 이어 야권에서 재발의된 ▷순직해병 수사방해·사건은폐 규명 특검법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규명 특검법 외에 ▷한동훈 검사·장관 재직 시 비위 의혹 특검법에 대한 ‘맞불’ 성격이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혐의를 받는 ‘불법 대북송금 사건’ 관련 검찰의 회유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특검법도 발의됐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개 특검법이 무더기 발의된 걸 본 적이 없다”며 “국회의 상식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여야는 개원 직후 연금개혁, 세제 개편, 저출생 분야에 대한 논의 필요성을 공통적으로 언급하며 제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전부 뒷전이 됐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까지 발의된 관련 법안은 세제(4건), 연금(1건), 저출생(3건) 등 한 자릿수에 그친다. 법안을 논의할 상임위의 정상적인 운영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이 이르면 이달 중 6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반기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새로운 뇌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