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110조원.투입
韓 24조원...日 민간투자 등 87조원
인도, 사우디 등도 가세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중국이 미국의 제재에 맞서 사상 최대인 64조원 규모의 반도체 육성 펀드를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가세로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국의 ‘총성 없는 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은 중앙 정부와 공상은행 등 6개 국영은행, 기업 등으로부터 3440억위안(약 64조6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금해 3차 펀드를 조성했다. 3차 펀드는 2015년 1차 펀드 약 1400억위안(약 26조3000억원)과 2019년 2차 펀드 2000억위안(약 37조6000억원)을 합친 것보다 많다.
미 CNN은 중국의 투자기금 조성에 대해 “서방 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인 움직임일 뿐만 아니라 중국을 기술 분야 강국으로 만들기 위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랜 야망의 일부”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유럽 등 국가들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810억달러(약 110조5000억원)가량을 투자하면서 반도체 패권을 놓고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 미 상무부와 백악관은 지난달 25일 반도체법에 따라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와 제조사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에 61억달러 보조금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미국 인텔에 최대 85억달러, 대만 티에스엠시(TSMC)에 최대 66억달러, 삼성전자에 최대 64억달러의 현금 보조금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은 반도체법에 따라 공장을 짓는 기업에 생산 보조금으로 390억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인텔 등 기업에 330억달러에 달하는 생산 보조금을 제공했으며 750억달러 규모의 저리 대출과 최대 25% 세금 공제 혜택도 있다.
유럽도 역내 반도체 제조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약 463억달러(약 62조8400억원) 규모의 지원 계획을 세웠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반도체 제조 역량 강화에 공공 및 민간 투자가 1080억달러 이상 투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인텔은 독일에 260억달러 규모의 팹을 설립할 계획이며 110억달러의 보조금을 받았다. TSMC도 독일에 약 110억달러 규모 합작 투자를 하는데, 이중 절반은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될 예정이다. 다만 EU 집행위원회는 아직 최종 승인을 내리지 않았다.
일본 정부도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약 253억달러(약 34조3400억원)의 지원금을 마련해 이중 167억달러는 구마모토 남부 TSMC 파운드리 2곳과 자국 벤처기업 래피더스의 홋카이도 공장에 지급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민간 투자를 포함해 총 642억달러(약 87조1500억원)를 투입해 2030년까지 일본 내 칩 생산 매출을 963억달러로 약 3배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3일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종합지원 프로그램을 밝히며 ‘쩐의 전쟁’에 동참했다. 이는 18조1000억원 이상의 금융·펀드 지원과 2조5000억원 이상의 반도체 클러스터 도로·용수·전력 인프라 지원, 5조원 이상의 연구개발(R&D)·인력양성 지원으로 구성됐다. 금융·펀드 지원 가운데 17조원은 반도체 설비 투자 기업에 대한 산업은행의 저리 대출 용도로 쓰인다.
신흥국들도 반도체 패권 경쟁에 동참하고 있다. 인도는 지난 2월 인도 최초의 반도체 제조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100억달러(약 13조5000억원) 규모의 정부 기금 투자를 승인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 기금도 올해 반도체 분야 진출을 시작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설 전망이라고 밝혔다.
선진국 뿐 아니라 신흥국도 가세하면서 반도체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