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 상품, 슈퍼마켓 매출 중 22% 차지…사상 최대
저가·품질 향상으로 인기…유통업체들 투자 확대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미국에서 유통업체들의 ‘PB(Private Brand·자체브랜드)’ 상품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높아진 물가에 식비도 부담되는 미국인들이 유명 식품 브랜드를 포기하고 PB 상품을 구매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Circan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소비자들이 슈퍼마켓에서 지출한 금액 중 22%는 PB로 불리는 ‘자체브랜드(store brand) 상품’이 차지했다. 이는 PB 상품의 사상 최대 점유율이다.
대형 식품업체들의 ‘제조업자브랜드(national brand)’ 상품은 여전히 전체 식료품 매출의 78%를 차지하고 있지만 PB 매출이 늘어나면서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전했다.
트리하우스푸드, 월마트, 크로거 등의 자체브랜드 매출은 증가하고 제조업자브랜드들의 매출은 감소하는 상황이다.
시장정보업체 닐슨아이큐(NIQ)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3년 6월~2024년 5월) 또띠아의 PB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3% 늘었고, 파스타·쌀·곡물 매출은 7.9% 증가했다. 반려동물 사료 매출은 7.5%, 사탕·껌·민트는 7.2% 상승했고, 조미료(6.6%), 마시멜로(5.9%), 과자(4.5%), 오일·버터·마가린(4.5%), 달걀(3.6%), 시리얼·그래놀라(2.7%), 제빵용품(2.2%), 설탕·감미료(2.1%), 햄(0.7%) 등도 PB 상품 이용이 많아졌다.
식품 외에 식기 관리 제품과 홈웨어의 PB 매출도 각각 15.9%, 12.9%씩 급증했으며 가정용 청소기 매출도 1.9%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정부가 경기 부양 지원금을 풀면서 소비자들이 제조업자브랜드로 몰려 PB 상품의 성장이 주춤했다.
하지만 엔데믹 후 지원금이 사라지고 물가는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은 PB 상품으로 발길을 돌렸다.
식품업계 경영진과 애널리스트들은 여러 요인들이 합쳐지면서 PB들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인들이 PB 상품을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메리트다.
미국 식품산업협회(FIA)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65%가 PB의 낮은 가격 때문에 제조업자브랜드보다 PB를 선택한다고 밝혔다.
메리 엘렌 린치 서카나 PB 리서치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는 “일부 소비자들은 피아노 레슨부터 스트리밍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기타 비용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동시에 PB 상품으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미국 중산층에게는 그러한 비용이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식료품 물가는 예전보다 훨씬 비싸졌으며 올해 4월 식료품 물가는 2019년 대비 26% 높은 수준이다.
유통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수요에 발맞춰 PB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레이트밸류(Great Value)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월마트는 올해 프리미엄 식품 라인 ‘베터굿즈(Bettergoods)’를 추가로 선보였으며 대다수 품목의 가격을 5달러 이하로 책정했다.
진열 상품의 90%가 PB 상품인 알디는 2028년 말까지 전국에 800개 매장을 추가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유통업체들이 제품 개발, 포장, 마케팅 등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면서 PB 상품의 품질이 현저하게 향상된 점도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대부분 유통업체들의 목표는 단지 기존 식품업체들의 제조업자브랜드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기는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설명했다.
스티브 오클랜드 트리하우스푸드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슈퍼마켓들은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방문자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PB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현재 PB 가격은 공격적”이라고 말했다.
NIQ의 조사에 따르면 유통업체의 절반 이상은 PB 제품이 올해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트레이더조, 알디 같이 주로 PB 상품을 제공하는 슈퍼마켓들은 최근 몇 달 동안 더 많은 방문자 트래픽을 기록 중이다.
PB의 출현은 슈퍼마켓의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제조업자브랜드의 매출을 감소시키고 있다. 특히 파스타, 반려동물 사료, 조미료는 제조업자브랜드에서 PB로 소비자들이 대거 이동하는 식품 카테고리다.
향신료·조미료 업체 맥코믹은 PB와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 브렌던 폴리 맥코믹 CEO는 지난 3월 ‘크리미 딜 피클 머스타드’ 같은 신제품을 출시하는 한편 프로모션을 늘리고, 경쟁사와의 가격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폴리는 머스타드 제품에 대해 “우리는 계속해서 PB 상품의 매우 낮은 가격대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의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캠벨수프는 PB 상품에서 촉발된 경쟁이 회사의 프레첼 사업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소비자들이 직면한 경제적 압박을 감안할 때 PB 제품이 더 강력한 모멘텀을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PB 상품으로 피자, 주스 등을 생산하는 브린우드파트너스의 헨크 하통 CEO는 “특정 카테고리에서 유통업체들은 PB 상품에 대한 그들의 열망을 뒷받침하기 위해 더 많은 제조 능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