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갑질 견제·상향평가 순기능 기대

워스트 상사, 낙인효과에 특정인 몰표 가능성

야성 강한 산업부 특유 정체성 위기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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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실물경제를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처음으로 다음달 베스트(최고)·워스트(최악) 간부를 뽑는다. 기획재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해마다 노동조합의 주도로 닮고 싶은 상사(닮상)와 안 닮고 싶은 상사(안닮상)을 선정해 온 것을 벤치마킹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관가에서는 상사 갑질을 견제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지만 ‘낙인 효과’로 특정인에 표가 몰리거나 인기투표가 될 수 있다고 우려도 제기한다.

19일 관가에 따르면 산업부는 직원 투표를 통해 상하반기 각 한 차례씩 실·국장급에서 3명, 과장·팀장급에서 10명의 베스트 간부를 뽑을 예정이다. 워스트 간부는 실장·국장급의 경우 전체 투표 총수의 10% 이상, 과장·팀장급에선 5% 이상이면 각각 지목되면 선정된다. 워스트 간부를 뽑는 것은 조직 분위기를 해치는 상사의 부당 지시나 행위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베스트 간부는 공개하지만 워스트 간부는 개별 통보하고 장·차관에게 보고된다. 인사평가에 정량적으로 반영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산업부 내부 전언이다. 산업부의 최종 인사권자인 안덕근 장관은 서울대 교수 출신으로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다보니 이번 투표 결과를 어느 정도 인사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내부 시각이다.

또 산업부 내부에서는 실국장급 중 워스트 상사에 선정될 만한 대부분 인물들이 현재 외부에 있다보니 현재 본부 근무 실국장급 중에서는 특정인물이 낙인효과로 몰표가 나올 수 있다는 분위기다.

문제는 워스트로 거론되는 간부들이 업무적으로 힘들 게 하는 부분이 있지만 배울 만한 점도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재부의 안닮상 리스트에 해마다 포함된 인사들 중에서 장차관으로 발탁된 경우가 많다.

올해로 20년을 맞는 동안 기재부 내에선 닮상과 안닮상 선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업무가 많은 부서에서 안닮상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면서 “안닮상에 선정되지 않기 위해서 직원들에게 시켜야 할 일도 안 시키고 혼내지 않으면 결국 후배들에게 일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게된다”고 지적했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산업부는 예전부터 야성이 강한 부처로 선후배관계가 돈독한 것으로 유명하다”면서 “그러나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이 난 월성1호기 수사 등으로 언제부터인가 산업부는 야성보다는 기가 죽어있는 분위기인데 여기에 인기투표성향이 강한 베스트·워스트 투표까지 하면 특유의 정체성이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