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8조원 대비 약 5% 증가
대형 PE 자금 집중도 51% 달해
M&A 시장 주도 여부 '관심'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작년 한 해 동안 19조원에 달하는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사모펀드 제도 도입 이후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과다. 하지만 대형 펀드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어 PE 업계 전반이 질적 성장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대형사와 소형사 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실탄을 확보한 PE가 인수합병(M&A) 시장의 거래 활성화를 주도할지 주목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설된 기관 전용 PEF는 총 147개로 집계됐다. 2022년 170개대비 펀드 수는 감소했지만 신규 자금 모집 금액이 증가한 점은 특징이다. 신규 펀드의 총 약정액은 18조7285억원으로 직전 사업연도 17조8990억원 대비 5% 가까이 증액됐다.
기관투자자의 보수적인 출자 기조가 일부 해소됐다고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다. 2022년을 기점으로 자금 조달 시장이 경색되면서 그해 신규 자금 모집액은 처음으로 감소한 바 있다.
작년에 PE의 실제 조달 금액은 집계보다 더 많을 개연성이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 10월 이후 설립된 기관 전용 PEF에 한해 펀드 최초 설립일 기준으로 약정액을 집계하고 있다. PE는 출자자 상황에 맞춰 펀드를 멀티 클로징하므로 설립일과 비교해 최종 결성액은 증가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SK온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프로젝트 펀드 '스텔라이브이배터리1호'를 결성했던 스텔라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최종 조달액은 753억원이지만 금감원 자료에는 설립 당시 약정액인 253억원만 반영됐다. SK팜테코 프리IPO를 이끈 KY프라이빗에쿼티 역시 약 6000억원 규모 프로젝트 펀드를 신설했으나 금감원 집계에는 1100억원가량만 포함됐다.
금감원 집계 기준상 최종 약정액에 착시가 있지만 대형 펀드에 기관 자금이 쏠리는 현상은 뚜렷하게 확인된다. 단일 펀드의 약정액을 단순 비교할 경우 지난해 새로 설립된 3000억원 이상 대형 PEF는 총 13개다. 해당 펀드의 약정 총액은 9조6002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신규 조달 금액의 51% 비중을 차지한다.
운용사(GP) 기준으로 비교하면 대형사 자금 집중도는 더욱 강화된다. 기관이 PE에 새로 출자한 자금의 42%를 4곳 PE가 쓸어 담았다. 여기에는 한앤컴퍼니, 스틱인베스트먼트, MBK파트너스, UCK파트너스가 해당된다. 이들 4곳 PE가 조달한 금액을 합산하면 7조7785억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4호 블라인드 펀드 자금 모집을 시작해 연말 기준 2조4560억원을 모았다. 전체 신규 PEF 모집액의 13%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 처음 국내 펀딩 시장에 합류하면서 국민연금을 시작으로 주요 PEF 출자사업에서 GP 지위를 확보했다. 이어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조달 금액은 2조1007억원, MBK파트너스는 1조7343억원, UCK파트너스는 1조4875억원을 기록하며 조 단위 펀드를 출범했다.
대형사가 몸집을 키우는 사이 중소형사의 입지는 나날이 좁아지고 있다. 특히 중소형사 PE의 큰손 역할을 자처했던 새마을금고가 지갑을 닫으면서 트랙레코드 없는 신생 PE들의 시장 진입장벽은 한층 높아졌다.
지난해 신설된 PEF 가운데 출자약정액 1000억원 미만인 소형 펀드는 98개다. 펀드 수 기준으로 66%의 비중을 차지한다. 다만 조달 금액은 3조1627억원, 기관 자금 확보율은 17%에 그쳤다. 이마저도 대형사의 자펀드를 제외하면 소형 펀드의 총 조달액은 2조7514억원, 비중은 15%로 낮아진다.
당분간 자금을 확보한 대형 PE 중심으로 M&A 시장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맥쿼리자산운용이 제뉴원사이언스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효성화학 특수가스 부문 투자 유치, 에코비트 등 주요 매물에서 PE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