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멸균우유 1만 835톤 수입…전년比 74% 증가
소비자 가격 13% 올라… 마트·편의점 멸균유 판매도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멸균우유 1분기 수입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에 국산 우유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싼 멸균우유 소비량이 늘어난 것이다.
8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1분기(1~3월) 기준 멸균우유(HS코드 040120)수입량은 약1만835t(톤)으로 전년 동기(6241톤)에 비해 74%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멸균우유 수입량이 직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 가까이 역신장했기에 이같은 변화는 더 이례적이다. 특히 지난 3월 멸균우유 수입량은 4983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두 배 가까이(93%) 늘었다.
멸균우유는 장기간 보존하기 위해 고온에서 균을 사멸시킨 우유로 수입산 멸균 가격은 일반적으로 국산우유보다 저렴하다. 실제로 국내 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폴란드산 수입 멸균우유(1ℓ)는 2100원으로 국내산 우유(1ℓ, 3200원) 30%이상 싸다.
멸균우유 수입량이 늘어난 것은 국산 우윳값이 오른 탓이다.
지난해 7월 원윳값이 1ℓ당 88원 오른 1084원로 확정된 뒤, 유업계는 우유 소비자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원윳값 인상 여파로 우유의 올해 1분기 가격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2% 올랐다. 이는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치(1월 2.8%, 2월 3.1%, 3월 3.1%)인 3%의 4배가 넘는 수준이다.
우윳값이 비싸지면서 소비자들은 멸균우유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PB우유(자체 상품 우유)로 갈아탔다. 이는 마트나 편의점 멸균우유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한 대형마트의 경우 원윳값 인상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6개월간 수입멸균우유 매출액은 직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배로 뛰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수입 멸균우유의 매출 자체가 아직 큰 편은 아니지만 최근 고물가에 따른 알뜰 소비와 맞물려 가격도 저렴하고 소비기한도 길기 때문에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GS25에서는 멸균우유 판매를 시작한 지난해 7~8월 대비 올해 3~4월 기준 수입멸균우유 판매액은 99.2% 증가했다. 1월부터 수입 멸균우유 판매를 시작한 CU도 초도물량 약 15만개를 출시 3주 만에 완판했다.
멸균우유가 향후 유업계 미치는 영향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전망 2024’ 자료에서 “원유 생산량은 농가 폐업 지속 등으로 2025년 185만4000t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유제품 수입량은 계속 증가해 2033년에는 271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원유 가격은 5월경 통계청이 발표하는 축산물생산비조사결과에 따라 낙농진흥회에서 결정한다. 지난해 가격 인상 폭은 6월에 시작해 약 2개월 간 진통을 겪다 지난해 7월 말에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