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 상담실 보냈더니…아동학대 신고한 부모
지난해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추모객들이 사망한 담임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지난해 서이초 사건 등 교권 침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높아졌지만, 교권 침해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8일 발표한 '2023년도 교권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처리 건수는 총 519건으로 전년(520건)과 거의 비슷했다.

이 중 학부모의 교권 침해는 251건(48.4%)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는 전년보다 10건 늘어난 것이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피해는 학생지도 부분이 162건(64.5%)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중 아동학대 신고 관련이 96건(59.3%)으로 1위였다.

이어 교직원에 의한 교권 침해 125건(24.1%), 학생 75건(14.4%), 처분권자 51건(9.8%), 제3자 17건(3.3%) 순으로 교권 침해가 발생했다.

교총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교폭력 가해 의심 학생을 상담실로 보냈는데, 학생의 학부모는 "아이를 감금했다"며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일이 있었다.

또 다른 초등학교에서는 수업 도중 아프다면서 교무실에 온 초등학생이 교무실 안에서 계속 휴대전화를 하고 있자, 이를 불손하게 여긴 교사가 휴대전화를 압수했는데 학생 측은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다른 학교에서는 두 학생이 계속 투덕거리며 싸워서 지도하고 하교시켰는데, 해당 학부모는 교감과 담임을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다만 학부모 교권 침해 상담 건수는 상반기 171건이나 됐던 반면, 지난해 7월 서이초에서 교사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후 하반기에는 80건으로 크게 감소했다. 전년 하반기 대비로도 59건이나 감소한 수치다. 교권 침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지자 학부모들의 아동학대 등 교권 침해 건수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교총은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상담 건수는 상반기 폭증했다가 7월 이후 많이 감소했다"며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상반기 추세가 꺾이지 않았다면 지난해 교권 침해 상담 건수는 처음으로 600건을 넘어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총은 "아니면 말고 식, 해코지성 아동학대 신고는 교권 추락을 넘어 학생 교육마저 붕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근절 대책과 입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