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 질문…70분 넘게 이어져

尹 “아내 현명하지 못한 처신 사과”

채상병 특검엔 “수사 부실시, 내가 요구”

금투세 폐지, 증시 엄청난 자금이탈 예상

의료개혁 추진 다짐, 한미동맹 공고 밝혀

예상시간 훌쩍 넘겨 질문 받은 尹…김여사·채상병 특검엔 난색 [용산실록]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의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취임 100일 이후 631일만이다. 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등 전분야에서 20개가 넘는 질문이 쏟아지면서 회견도 예상시간을 훌쩍 넘겨 종료됐다. 이날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해 처음으로 ‘사과’라는 단어를 꺼냈다.

윤 대통령은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국민보고를 발표한 뒤, 브리핑룸으로 이동해 질문을 받았다. 국민보고에서 윤 대통령은 "민생의 어려움은 쉬 풀리지 않아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며 "국민들의 안타까운 하소연을 들을 때면 가슴이 아프고 큰 책임감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국민 여러분의 삶을 바꾸는 데는 저희의 힘과 노력이 많이 부족했다"며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더욱 세심하게 민생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질의응답에만 70분 이상 시간을 할애했다. 지난 100일 기자회견 때 34분 동안 12개 질문을 받은 것보다 질문 수나 답변 시간 모두 길었다. ‘주제 무제한’으로 이뤄진만큼 여러 분야에 걸쳐 현안 질의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처음으로 김 여사 의혹에 대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린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서는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는 맞지 않다는 면에서 정치공세, 정치행위"라며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특검이라고 하는 것은 정해진 검경, 공수처 이런 기관에서 수사가 봐주기나 부실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함을 설명했다. 다만 수사가 부실할 경우엔 본인이 직접 특검을 요구하겠다며 ‘조건부 수용안’의 여지도 열어뒀다.

윤 대통령은 "젊은 해병이 대민 지원 작전 중 순직한 것은 국군 통수권자로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라며 "진상규명이 엄정히 이뤄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진실을 왜곡해 책임이 있는 사람을 봐주고 책임 없는, 책임이 약한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는 게 가능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들이 그래도 납득하지 못할 경우에 특검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김 여사 특검법와 채상병 특검법에 온도차를 둔 셈이다.

윤 대통령이 야당과 협치에 대해서도 "제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났다고 하루아침에 분위기기 확 바뀌고 협치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절대 이 협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총선 패배에 대해서는 "정부의 정책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소통하는 것이 많이 부족했다"고 반성했다.

예상시간 훌쩍 넘겨 질문 받은 尹…김여사·채상병 특검엔 난색 [용산실록]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윤 대통령이 민생에 대해 강조한만큼 관련 질문도 이어졌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반도체, 증시 도약을 위한 밸류업 정책, 연금개혁 등도 두루 논의됐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기업에 대해서는 재정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지원을 해 오고 있다"며 "금투세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우리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아마 이탈이 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다음 국회로 넘어가게 된 연금개혁에 대해서는 "22대 국회로 넘겨 충실하게 논의할 것"며 "다만 제 임기 내에는 이것이 확정되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물가에 대해서도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장바구니 물가와 외식 물가를 잡는 데 정부의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한미 동맹 관계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시사했고, 한일 관계에는 "과거사가 걸림돌이 될 수는 있지만 가야할 방향으로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회분야에서 제기된 국토균형발전에 대해서는 지방의 재정 자주권, 중앙정부 주도의 규제완화 및 재정지원, 공정한 교통 접근성 등을 3대원칙이라고 재확인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 문제는 국가비상사태"라며 "아주 공격적으로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려고 한다"고 피력했다. 또 "경제, 사회 정책뿐만 아니라 우리의 의식과 삶의 문화를 바꿔나가는 노력도 반드시 병행해서 추진해야 된다"고 언급했다.

의료개혁에 대해서도 "의료계는 통일된 의견이 나오기 어려운 것 같다"며 "정부는 저희가 생각하는 로드맵에 따라서 뚜벅뚜벅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의 길을 걸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민보고 및 질의응답 등 약 95분간 이어진 기자회견을 두고 여야 간 반응은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국민께서 궁금해할 모든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진솔하고 허심탄회한 입장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고 높이 산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은 찾을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