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사표낸 1급 4명 중 1명만 재취업
“‘인사가 만사’…장차관 능력, 산하기관장 인사”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지난달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가 집권 여당의 참패로 끝난 상황에서 그동안 멈췄던 공공기관 수장 인선 과정에 대규모 ‘정치권 낙하산 인사 주의보’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관가에서는 총선 낙선자보다는 조직을 위해 용퇴한 전직 1급들의 자리 마련이 우선돼야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7개월가량 백수 신세인 산업통상자원부 전직 1급은 3명에 이른다.
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8개 주요 경제 부처(공정거래위원회·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보건복지부·산업통상자원부·해양수산부·환경부)산하 공공기관 142곳 중 65곳 수장의 임기는 올해 안으로 종료된다. 이미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 인사를 선임하지 못한 기관도 27곳에 달했다.
이 가운데 한국 남동·남부·중부·서부·동서발전 등 한전의 발전자회사 5곳의 현 사장 임기는 지난달 25일로 만료됐다. 이들 발전자회사는 사장임기 만료 2개월 전에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하고 사장 인선작업을 시작해야한다는 규정에 따라 올해 2월 임추위를 구성했다. 하지만 현 시점까지 사장 모집을 위한 공고조차 내지 않았다.
대부분 공공기관은 차기 사장이 낙점되면 상위 감독기관인 중앙부처의 임명제청과 대통령 재가 절차를 거처 취임한다. 모집부터 인선, 취임까지 최소 2~3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말 임기만료 이후에도 현 사장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정렬 코트라 사장 임기도 이달 만료를 앞두고 있다. 유 사장 사장은 2021년 5월19일 3년 임기를 시작했다. 강원랜드는 지난해 12월 사장 사퇴 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정동희 전력거래소 사장은 유일하게 연임을 확정받았다.
관가 안팎에선 대규모 공공기관장 인선 작업에 22대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공천을 받지 못한 정당 출신 인사들의 입성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낙하산 인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웠지만 윤 정부 출범이후 전문성이 필요한 공공기관에 정치권 인사들이 임명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한전 사장에 4선의 국회의원 출신인 김동철 사장이 첫 정치인 출신으로 취임했다. 한전 창립 이후 62년 만에 탄생한 첫 정치인 출신 수장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는 2022년 11월 정용기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선임된 바 있다. 산업기술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에도 설립이후 처음으로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의 19대 국회의원(비례의원) 출신인 민병주 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원자력학과 초빙교수가 2022년 9월 임명됐다.
반면, 조직을 위해 ‘만61세’ 정년퇴직을 채우지 못하고 용퇴한 50대 초중반의 전직 관료들은 백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기획재정부 출신 방문규 당시 국무조정실장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일주일 만에 10명의 실장급 간부 중 6명을 교체하는 큰 폭의 인사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행정고시 37~38회인 주영준 산업정책실장과 황수성 산업기반실장, 정대진 통상차관보, 문동민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등 총 4명이 사표를 냈다. 이 중 황수성 전 실장만 한국공학대학교 총장으로 지난 2월 취임하면서 백수생활을 마무리했다.
총선이후 나머지 3명의 자리에 대한 인선 작업도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지만 최소 인선작업절차를 밟을 경우, 앞으로도 최소 2개월가량은 더 무직생활을 이어가야한다는 것이 관가의 전언이다. 행시 36회이후부터는 박근혜 정부시절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만61세가 돼야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면 이들은 만61세까지 공식 수입이 0원이다.
세종 관가 한 관계자는 “조직을 위해 용퇴한 선배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누가 정년 만 61세 이전에 사표를 내겠냐”면서 “‘특히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해당 부처 장차관의 능력은 산하기관장에서 정치권이나 다른 부처에 밀리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