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론 나오는 李, 당선인 앞에서 ‘당론’ 강조

전대 출마설 부상하는 韓, 대외활동 시동

이재명은 ‘세 과시’, 한동훈은 ‘세 모으기’[이런정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여야는 각각 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세울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연임론이 나오고,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에서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출마론이 언급된다.

총선 결과 명암이 나뉜 이 대표와 한 전 위원장의 행보도 엇갈린다. 이 대표는 한층 강화된 ‘당내 장악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양새인 반면 한 전 위원장은 당내 세력화에 시동을 거는 분위기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의 최근 발언을 보면 4·10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후 22대 국회에서 당의 단일대오를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입법 추진의 관건인 표 대결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확고히 다지기 위해 당론 입법을 강조했다.

실제 이 대표는 지난 3일 제22대 국회 1기 원내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모인 당선인들을 향해 “우리는 독립된 헌법기관이라 할지라도 민주당이라는 정치 결사체의 한 부분”이라며 “정해진 당론 입법을 무산시키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론으로 어렵게 정한 어떤 법안들도 개인적인 이유로 반대해서 추진이 멈춰버리는 사례를 제가 몇 차례 보았기 때문에 그것은 정말로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이 대표가 사실상 ‘경고장’을 날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하지만, 엄연히 민주당 구성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다. 헌법적 권한보다는 당의 결정을 따르는 일이 우선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일각에서 헌법에 기반한 소신투표를 막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헌법 46조 2항은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했고, 국회법 114조 2항에는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 의사에 기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돼 있다.

이 대표의 발언에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총선 압승을 이끈 것은 물론 향후 당권도 다시 손에 쥘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총선을 통해서 친명 원외조직이었던 더민주혁신회의 인사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했다. 여기에 ‘강성 친명’으로 불리는 박찬대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국회의장 선거를 앞두고서는 ‘명심(이재명 마음) 경쟁’이라는 말이 횡행하고, ‘여의도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재명은 ‘세 과시’, 한동훈은 ‘세 모으기’[이런정치]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입장 발표를 한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

한 전 위원장은 총선 패배 후 칩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치권 인사들과 비대면 소통은 이어가고 있다.

한 전 위원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요즘에는 SNS 등을 통해서 꼭 만나지 않아도 소통이 가능하다”며 “한 전 위원장 역시 집에서 다양한 의견을 교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대외 행보에 시동을 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 제안을 건강상 이유로 거절했던 한 위원장이 여권 인사들과의 대면 교류에 나서면서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3일 서울의 한 중식당에서 약 3시간 가량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형동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당직자, 경호팀 인사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전 비대위원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

한 전 위원장의 대외 행보와 함께 향후 전당대회 출마설도 힘을 얻는 모양새다. 한 전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일축했지만,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를 가능한 한 연기해달라는 말을 측근 국회의원들에게 했다"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늦출수록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에 출마하는데 정치적 부담이 줄어든다. 정권 심판론이 거셌던 총선인 만큼 대통령실을 향한 책임론이 크지만 당의 리더십이었던 한 전 위원장 역시 총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식적인 ‘복귀 시점’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아직 한 위원장은 ‘정치 신인’다. 외부인사로 비대위원장이 되면서 정치권에 첫 발을 들여놓은 한 전 위원장 입장에서는 당내 세력을 구축할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일반 대중의 지지율만 따지면 국민의힘에서 가장 유력한 당권 후보지만, 전대 룰은 ‘당원 100%’다. 룰 개정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당권을 쥐기 위해서는 당내 조직력을 갖춘 세력화가 과제다.

당내 일각에선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 등을 통해 정치권으로 복귀하기는 이르고, 시간을 두고 당 내 입지를 굳히면서 잠재적 주자로 부상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