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등 대표 외식 품목 8종 모두 오름세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 가격 인상 움직임
신선·가공식품 가격 출렁…소비자 부담 ↑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 직장인 이윤진(29) 씨는 일주일에 한 번 마트에서 장을 보고, 식단을 미리 정한다. 이 씨는 “밖에서 1만원 아래로 한 끼를 해결하기 어려워 매일 사 먹기가 부담”이라며 “유튜브에서 밀프렙(일주일 치 식사를 한 번에 미리 준비해 놓고 끼니마다 꺼내 먹는 방법) 영상을 보고 따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에 점심 식비로만 최소 20만원을 썼는데 이제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 직장인 연모(31) 씨는 물가가 오르자, 식비 지출부터 줄였다. 연 씨는 “저녁 약속이 없는 날에는 식비를 아끼기 위해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퇴근한다”고 했다. 그는 “회사에서 복지 중 하나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데 체감하는 절약 효과가 정말 크다”고 부연했다.
먹거리 물가가 계속 상승하면서 외식 소비를 줄이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외식 부담이 커지면서 도시락부터 밀프렙 등 집밥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공행진을 하는 신선식품 가격부터 줄인상 수순을 밟고 있는 가공식품까지 식비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냉면, 김밥 등 대표 외식 품목 8종의 서울 지역 평균 가격은 1년 전보다 모두 올랐다. 가격 인상 폭이 가장 큰 외식 품목은 냉면으로, 7.2% 올라 한 그릇에 평균 1만1462원이었다.
김밥은 한 줄에 3323원으로 6.4% 상승했다. 비빔밥은 한 그릇에 1만769원으로 5.7% 비싸졌다. 또 김치찌개 백반과 자장면은 각각 8000원, 7069원으로 4.0% 올랐다. 칼국수 한 그릇은 9038원으로 3.5%, 삼계탕은 한 그릇에 1만6846원으로 3.1% 각각 상승했다. 삼겹살도 1인분(200g)에 1만9514원으로 1년 전보다 1.4% 비싸졌다.
피자와 햄버거 등 주요 외식 프랜차이즈도 잇달아 인상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는 지난 15일 9개 메뉴 가격을 일제히 1900원씩 올렸다. 맥도날드는 내달 2일부터 6개 메뉴 가격을 평균 2.8% 올리기로 했다. 피자헛도 같은 날부터 갈릭버터쉬림프, 치즈킹 등 프리미엄 메뉴 가격을 올린다. 업계는 원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등 제반비용 상승을 가격 인상의 이유로 들었다.
먹을거리 부담이 커지면서 외식 소비는 전보다 얼어붙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의 재정 상황이 악화된다면 우선적으로 줄일 지출항목(복수응답)에 19세 이상 가구주 66.1%가 ‘외식비’를 꼽았다. 이는 2011년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외식 수요가 줄면서 집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지만, 부담은 마찬가지다. 소금, 설탕 등 조미료를 비롯해 신선식품까지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특히 가공식품의 경우 식품업계가 원재료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점쳐진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간장 등 다소비 가공식품과 식용유, 설탕 등 집중관리 품목 34개 중 18개 품목이 2월보다 상승했다.
한편 정부는 관련 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을 하는 한편, 양배추 등 일부 농축수산물과 코코아두 등 가공식품 품목에 할당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근 등 납품단가를 지원해 소비자 체감 가격을 낮추고, 수산물은 정부의 비축 물량을 공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