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응시자격도 35세 미만…“재취업도 어려워”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중국에서는 35세가 고령 노동자?”
중국 빅테크기업들이 정부 규제와 경기 침체 등으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30대 중반 기술 근로자들을 해고하고 채용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면 최신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일할 의욕은 없는데 몸값만 비싸다는 인식에서다. 중국 빅테크업계에 퍼진 ‘35세 저주’ 공포가 청년들을 옭아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전·현직 직원 5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중국 숏폼 플랫폼인 콰이쇼우가 30대 중반의 근로자들을 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콰이쇼우의 직원인 34세 라오바이(가명)는 “35세 동료가 해고당하는 것을 보면서 내 자리도 위험해질지 모른다는 충격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노동법에선 고용주가 민족, 성별, 종교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해고 사유를 밝힐 때 나이를 명시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기술 기업이 젊은 근로자를 선호하는 ‘연령 차별’은 해묵은 문제라고 한다.
2019년 중국의 대형 인터넷 플랫폼 텐센트의 마틴 라우 사장은 회사 관리자들의 10%를 구조조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더 열정적일 수 있는 젊은 사람들로 새로운 동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빈 리 바이두 최고경영자(CEO)도 2019년 사내 메시지에서 “1980년과 1990년 이후에 태어난 근로자들을 승진시켜 (회사를) 더 젊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문 네트워킹 사이트인 마이마이의 2020년 통계에 따르면 틱톡의 중국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중국 온라인 쇼핑몰 핀둬둬의 직원 평균 나이는 27세다. 콰이쇼우도 직원 평균 연령이 28세이고 차량 호출 서비스 디디추싱은 33세다. 전중국 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중국 노동자의 평균 연령이 38.3세다.
콰이쇼우는 2021년 12월 기준 2만8000명이었던 직원 수를 지난해 6월 16% 감원했고 최근에도 정리해고를 진행 중이다.
인터넷 회사의 한 관리자는 FT에 “펜데믹 이전에는 기술 부문이 고속 성장했지만 그 이후 정부의 단속이 시작되면서 값비싼 관리 계층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35세의 저주’는 중국 기술 종사자들에게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채용 플랫폼 라구 자오핀이 진행한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중국 프로그래머의 87%가 35세가 된 후 해고되거나 재취업을 못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선 공무원 응시자격도 35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레스토랑과 호텔을 포함한 서비스 분야에서의 구인 광고에도 젊은 직원들을 원하는 추세다.
최근 대형 기술기업에서 해고된 38세 프로그래머는 FT에 새로운 직업을 찾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나처럼 나이가 많은 엔지니어의 경우 취업 시장은 작년보다 훨씬 더 나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