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차례 더 봐야할지도” 일정 잡기도 난항
민생·국정현안 가감없다지만…입장차 여전
민주당 내 강경 목소리 분출도…대통령실도 난색
[헤럴드경제=서정은·양근혁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을 앞두고 양측이 실무논의에 들어갔지만 회담 날짜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시급한 민생 문제를 해결할 정책과 주요 현안을 의제로 삼자는데는 공감대는 모였지만, 1차 회동에서 입장차만 확인하며 이번주 회담도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은 ‘입장 청취’에, 민주당은 ‘의제’에 방점을 찍으면서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 “실무협의 더 많이 해야 할지도” 영수회담 일정 난항 = 24일 대통령실 및 정치권에 따르면 양 측은 이날 2차 실무회동을 위해 추가 접촉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 측 고위 관계자는 “준비회동을 위해 오늘 중 연락을 해볼 계획”이라며 “앞으로 몇 차례 봐야하는지 약속하고 전일 헤어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일 양측은 대통령실에서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 민주당에서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만나 준비회동을 했다고 밝혔다. 40분간 진행된 회동에서는 시급한 민생문제를 해결할 정책과 중요한 국정현안을 가감없이 본회담의 의제로 삼기로 했다. 다음 회동은 민주당과 대통령실이 각자 준비 상황을 점검 후 다시 열기로 했다.
양측은 실무협상을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했다고 했다. 하지만 회동 날짜를 못박지 못하면서 이번주 성사 가능성은 낮아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이 대표에 “다음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에서 만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실무협의는 앞으로 몇번을 해야 될지 모르는 것”이라며 “많이 해야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주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상황을 봐야한다”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양측 간 실무회동은 1차 약속을 잡을때부터 샅바싸움이 시작됐다. 대통령실에서 정무수석 교체를 이유로 약속을 급작스럽게 변경하며 민주당 측이 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당일 “이미 양해를 구했다”며 맞받아쳤다.
▶민주당 내 강경 목소리 분출…대통령실 “듣겠다” 큰 틀서 입장차 = 민주당 내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을 두고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양평 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주가조작 의혹)’를 의제로 올려야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 등에 대해 거부권 행사로 맞서왔던만큼 대통령실이 열린 스탠스를 취하더라도 이것까지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가 강조해온 민생회복 지원금(전 국민 1인당 25만원)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실은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기류다. 그동안 이런 정책을 두고 ‘포퓰리즘’이라며 강하게 비판해왔던 만큼 전향적으로 유턴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다. “그동안 발언했던 수위나 국정기조가 있는데, 25만원 지원금에 대해서 허용할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은 “듣는 자리”라며 방어태세로 돌입한 상태다. 민주당이 테이블에 올리는 ‘의제’에 초점을 두는 것과도 큰 틀에서부터 차이가 있는 셈이다.
영수회담 성사에 난항을 겪으면서 양 측은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각종 얘기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아직 1차 실무회담에서 배석자 등에 대한 얘기도 닿지 못한만큼 앞서간 전망이 나오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낸 이야기 외에는 그 이상 얘기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장외에서 감놔라 배놔라 얘기가 더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진지하게 논의를 했다”며 “그걸 다 공개하는 게 별로 좋지 않기도 하고, 실제 성사가 되는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