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2~3월 환율 상승기 이례적 랠리
强달러 지속…‘피벗 기대 ↓’ 4월 들어 랠리 재료서 투심 악재로
‘三電 배당만 1.2조’ 外人 역송금 리스크…주간 순매도세 전환도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올 들어 지속됐던 ‘킹(King) 달러’ 현상에도 불구하고 14개월 만에 찾아왔던 코스피·코스닥 랠리가 이달 들어선 막을 내린 채,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때마다 약세를 면치 못하던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무역과 에너지 수급 등에 대한 대외 의존도가 높은 데다, 외국인 투자자의 주가 결정력이 강한 국내 증시의 특성상 원달러 환율이 오를 때 주가는 약세를 보이는 ‘역(逆)의 상관관계’가 다시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중동 전쟁 격화에 따른 불안정성 리스크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매파(긴축 선호)’ 목소리가 부각되며 불거진 고(高)금리 장기화 우려 탓에 더 높은 곳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배당금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역송금 문제까지 겹치며 원달러 환율을 자극할 가능성이 점쳐지며 국내 증시의 향방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코스피·코스닥, 2~3월 환율 상승기 이례적 랠리
22일 헤럴드경제는 한국거래소(KRX) 정보데이터시스템과 코스콤 체크 상의 자료를 활용해 코스피·코스닥 지수와 원달러 환율 간의 ‘상관계수’를 월별로 도출했다.
이 결과 지난 19일 장 종료 시점 기준 4월 상관계수는 코스피 -0.89, 코스닥 -0.84로 강한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2.67%(1346.21→1382.20원) 상승할 때 코스피, 코스닥 지수는 각각 5.63%(2746.63→2591.86), 7.02%(905.50→841.91) 씩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경우 ▷환차손 우려가 커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 ▷원유 등 주요 원자재 수입가 급등에 따른 무역 수지 악화 ▷주요 상장주의 실적 악화에 따른 증시 펀더멘털 악화로 주가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주목할 지점은 앞서 올해 2~3월엔 2개월 연속 코스피·코스닥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정(正)의 상관관계’를 보였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코스닥 간의 상관계수는 각각 0.32, 0.56이었던 데 이어, 지난달엔 각각 0.38, 0.48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정의 상관관계’를 보인 것은 지난 2022년 12월(코스피 0.65, 코스닥 0.64) 이후 14개월 만이다. 더 나아가 2개월 연속 ‘정의 상관관계’를 보인 것은 지난 2020년 9월(코스피 0.28, 코스닥 0.34)~10월(코스피 0.48, 코스닥 0.85) 이후 40개월 만이다.
지난 2020년 이후 작년 말까지 월별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코스닥 지수간 ‘정의 상관관계’를 보인 비율은 코스피 16.67%(8개월), 코스닥 18.75%(9개월)에 불과하다.
强달러 지속…‘피벗 기대 ↓’ 4월 들어 랠리 재료서 투심 악재로
증권가에선 올해 2~3월과 4월 코스피·코스닥 분위기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미 연준의 피벗 개시에 대한 기대감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3월과 4월 발생 중인 강달러의 공통적 이유는)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서도 인공지능(AI) 랠리를 비롯해 꺾이지 않는 고용지표 등 미국 경기의 호조와 성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확신이 강(强)달러 현상을 갈수록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하반기 중 피벗을 개시할 것이란 기대감이 뒷받침하는 상황 속에 달러 강세가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표준)’과 같은 상황으로 받아들여지며 투자자들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미 연준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기존 금리 인하에 대한 입장에서 뚜렷하게 물러서는 모습은 그동안 경기 호조에 가려져 있던 원달러 환율 상승이 국내 증시에 미칠 부담감을 부각시켰다는 게 신 센터장은 설명이다.
앞서 지난 16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2% 물가 목표로 복귀하는 데 추가적인 진전의 부족을 보여준다”며 연준이 금리를 더 늦게, 더 적게 내릴 것이란 월가의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더 나아가 ‘연준 3인자’로 불리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기도 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당초 6~7월 중 개시와 함께 연중 3회에 이를 것으로 보였던 피벗이 연말 개시 후 1회 정도로 예측이 대폭 수정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증시엔 분명한 부담 요인이다. 연내 피벗 개시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망 만으로도 투심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三電 배당만 1.2조’ 外人 역송금 리스크…주간 순매도세 전환도
문제는 원달러 환율을 더 끌어올릴 ‘악재’가 더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재보복 공격이 감행됐던 지난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80원대로 뛰어올랐다. 22일 장 종료 시점엔 전장 대비 3원 내린 1379.20원으로 다소 진정됐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 이후 수입물가와 통화 가치 간의 연동성이 크게 강해진 상황 속에 지정학적 불안 가중에 따른 유가발(發) 변동성이 상존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내국인 해외투자가 포트폴리오 투자 중심으로 더 가팔라지는 등 펀더멘털 악화 속 해외투자로 인한 달러화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화 약세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근 시작된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배당금 지급 일정이 몰려있다는 점도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환차손 등으로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이 하락한 가운데, 외국인 주주들이 배당금을 국내 증시에 재투자하지 않고 자국에 송금하는 ‘역송금’ 수요가 늘면 달러 유출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일엔 삼성전자(1조1636억원)를 비롯해 현대차(6620억원)·삼성화재(약 4055억원)·삼성전자우(2174억원)·DB손해보험(1771억원) 등에서 외국인 주주에 대한 배당금 지급에 나섰다. 오는 23일 LG화학(1059억원) 이외에도 24일 SK하이닉스(1159억원), 25일 IBK기업은행(1159억원), 26일 KT(2156억원) 등으로 일정이 이어진다.
이 밖에도 외국인 투자자의 ‘셀(Sell) 코리아’ 움직임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15~19일)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 대해 8092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보였다. 지난 3월 2주차(11~15일) 이후 5주 만에 순매도세로 전환한 것이다. 올 들어 16개주 중 외국인 투자자가 순매도세를 보인 시점은 3개주에 불과했다. 지난 19일 종가 기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순매수액이 18조4033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