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외자 법인 과정 등 어려움
“믿을만한 현지인 리더 구하는 것이 필수”
코트라 등 다양한 기관 도움 받아야
[헤럴드경제=김민지·김희량 기자] “한국 분들 성격이 대부분 급하세요. ‘인도에 진출해서 2~3년 안에 성과를 낼 거다, 아니면 접겠다’ 이런 마인드로 보통 사업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인도는 열정만 가지고 덤볐다간 진짜 불에 탈 수도 있는, 그런 나라입니다.”
중국 시장의 대안으로 인도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철저한 준비와 장기적인 관점으로 신중하게 도전해야 한다는 경험자들의 조언이 나왔다. 한국과 180도 다른 규제 환경과 까다로운 법인 설립 절차, 현지 인력 채용 방법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열린 ‘2024 제1회 상생포럼’에서는 ▷최기창 서울대학교 교수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김진아 유니콘인큐베이터 대표 ▷한득천 리메세 대표 ▷조명현 세미파이브 CEO ▷김동순 세종대학교 교수 ▷김문영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교수가 참석해 ‘인도 시장 진출 전략’을 주제로 토론했다.
이번 포럼은 “패스 파인더 투 인디아(Path-Finder to India)”라는 주제로, 초격차 기업의 인도시장 진출전략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주최했으며, 반도체산업협회, 펜벤처스(글로벌투자유치), 성균관대학교(디지털헬스), 표준협회(혁신성장), 카이스트(로봇)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패널들은 인도 시장 진출에 대한 어려움을 언급하며, 꼼꼼히 알아보고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득천 대표는 “지금은 많이 간소화됐지만, 처음 창업할 때만 해도 외자 법인 설립 가이드라인이 굉장히 까다로웠다”며 “회계사를 한번 고용하면 바꿀 수가 없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하게 골라야 하고, 회계 연도도 한국과 달라 사업 초기에는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상 생활에서도 날씨가 덥기 때문에 빨리 지치고, 교민 사회도 국민 사이즈에 비해 작다”며 “보통 인도에서 사업을 하려는 분들이 ‘2~3년 안에 결과가 안 나오면 접는다’라는 마인드로 접근하는데, 인도는 ‘열정 가지고 덤비다간 진짜 타는 나라’”라고 말했다.
인도에서 사업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실질적인 조언도 이어졌다. 조명현 CEO는 믿을 만한 현지 리더를 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인 멤버를 대신해 인도 현지 팀을 리딩할 수 있을 정도로 믿을 수 있는, 현지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유능한 인도인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인도에서 한 2~3년 살았던 한국인이 현지에서 1~2년 셋업하면 굴러갈 것이라는 생각은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미파이브는 창업 첫날부터 인도팀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정도로 믿을 만한 파트너를 찾는데 굉장히 시간이 많이 걸려 실제로 팀을 꾸리는데에 오래걸렸다”며 “하지만 그의 리더십을 통해 빠른 시간에 큰 문제없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인도 사업을 시작할 때는 다양한 기관의 도움을 받으라고도 조언했다.
코트라에서 30여년 넘게 근무한 경력이 있는 김문영 교수는 “코트라는 인도에 6개 지사 있는데, 현지에 가서 방문하거나 궁금한 사항을 홈페이지 통해 문의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또 인도 상무부에서 만든 투자유치 조직 ‘인베스트인디아’라고 있는데, 그곳도 굉장히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김진아 대표도 “인도 정부에 코리아플러스라는 조직이 있는데, 그들이 가진 DB에 접근할 수 있거나 회의할 수 있는 기회를 연결해줄 수 있다”며 “코트라나 무역협회가 가진 백서와 더해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 인력들을 채용할 때는 연봉 뿐아니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명현 CEO는 “주니어나 15년차 정도의 엔지니어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커리어 디벨롭먼트”라며 “인도의 인건비도 많이 올라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맞춰줘야 하는 건 당연하고, 이 회사에서 일한다면 앞으로 어떤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을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김진아 대표는 “인도에서는 과거 규제를 적용받은 사례가 없으면 합법이어서 한국보다 신사업이 발달하기에 유연한 토양”이라고 말했다.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시장이라는 시각도 나왔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결국 중국에 진출했던 것 만큼의 메리트와 이유가 어느나라에 있느냐에서 인도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반도체의 60% 소비하는 중국만큼 전자제품을 만들거나 IT 산업이 발달할 수 있는 나라가 인도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