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틀간 5000억 넘게 순매도 전환

가파르게 뛴 환율에 이탈 조짐 커져

금리 인하 지연·밸류업 동력 약화도 우려

‘1400원 역대급 환율’...高환율·高유가에 짐 싸는 外人 [투자360]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올 들어 국내 증시를 끌어올리던 상승 동력이 약해지면서 외국인의 투심이 흔들리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지연, 총선 이후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 약화 등 여러 악재들이 맞물린 결과다. 여기에 원화 환율이 장중 1400원 넘어서는 고환율(원화 약세)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외국인 이탈을 부채질 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글로벌 강(强)달러 현상에 고환율 추세가 이어지겠지만 우리 경제 펀더멘탈을 고려했을 때 외국인 수급은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15~16일 이틀간 유가증권시장에서 5065억원을 팔고나갔다. 이달 들어 단 하루를 제외하고 순매수 기조를 보였지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매도세로 갈아탄 것이다. 환율이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 9일부터 전날까지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도 3조3542억원 던졌다. 수급만 놓고 보면 외국인은 국내 증시의 추가 하락에 베팅한 셈이다. 이에 전날 코스피 지수는 2% 넘게 내리면서 2600선(2609.63)을 겨우 지켜냈다. 지난 1월 17일(2.47%)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더 빨라졌다고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원화 가치 하락) 외국인 투자자들의 환손실이 늘어나는 만큼 한국 주식(원화 자산)을 계속 보유할 동기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00원을 찍으며 7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여기에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점점 미뤄지고 총선 이후 ‘밸류업’ 정책 기대감 마저 약해지면서 상승 동력도 약해지는 상황이었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파월 연준 의장도 인플레이션이 2%에 도달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금리인하 지연 전망을 뒷받침한 상황”이라며 “그동안 국내 증시에 모멘텀을 제공하던 ‘밸류업’ 역시 4월 총선 이후 정책 추진력이 소진될 수 있다는 악재로 인식되면서 하락장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스라엘-이란 간의 무력 충돌 사태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달러화 강세가 외국인 순매도를 자극했다는 진단이다.

다만, 시장에선 외국인 순매도 행렬이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강달러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의 문제가 아닌 일시적인 오버슈팅 성격이 강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한달간(3월 14일~4월 10일) 한국의 원화는 대만·중국·인도·태국 등 다른 아시아 통화보다 약세 폭이 유독 가팔랐기 때문이다. 반면, 이 기간 글로벌 주식형 펀드들은 대만(-39.5억달러), 중국(6.1억달러), 인도(5.2억 달러), 태국(-6.9억달러) 등 다른 신흥국보다 한국(49.6억달러) 증시의 비중을 크게 늘리며 관심을 보였다.

또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지분율은 35.1% 수준으로 과거 10년 평균 수준(34.7%)보다 소폭 웃도는 수준이다. 매물을 정리할 가능성 역시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처럼 원화 약세가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외국인의 한국 증시 편식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반도체 등 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한 수출 및 이익 모멘텀이 소멸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며 “증시 전반에 걸쳐 극심한 가격 조정을 유발할 소지가 낮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과거 흐름상 외국인들이 조만간 순매수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2년 8월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 1400원대까지 상승하는 동안 외국인은 순매도 기조를 보였지만 1400원대 돌입한 이후 순매수세로 전환했다는 설명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실적 펀더멘털은 개선세가 지속되고 있어 한국 주식의 환차익 기대감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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