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배터리 기업과 협업 생산

LFP 탑재로 가격 경쟁력 확보

소형 전기차 소비자 니즈 충족

테슬라 등과 전기차 선점 전쟁

현대차그룹 ‘기회의 땅’ 인도 공략법 ‘초저가·현지화·협업’ [Hello India]

현대자동차·기아가 인도 현지 배터리 기업과 손잡고 배터리셀 현지화에 돌입한다. 북미·유럽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의 ‘캐즘(활성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기)’ 분위기가 짙어지는 가운데 ‘기회의 땅’으로 평가되는 인도 시장 공략의 해법을 내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최근 경기도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인도의 유력 배터리 기업인 엑사이드 에너지와 배터리셀 현지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협력을 통해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 등 전동화 전반에 대한 파트너십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현지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초저가 수준의 가격 경쟁력 확보, 현지 생산 체제 조기 구축, 관세 혜택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인도 소비자들의 경우 가격 경쟁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현대차·기아는 그동안 주로 사용하던 고가의 삼원계 배터리보다는 현지 업체와의 협업으로 만든 저가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맞춤 생산해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현대차·기아는 인도 시장에서 ‘아이오닉5’, ‘EV6’ 등 프리미엄 전기차를 판매하는 등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있다. 향후 출시될 전기차는 주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모델이 될 전망이다.

먼저 현대차는 이르면 올 하반기 인도 맞춤형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를 기반으로 만든 ‘크레타EV’를 생산한다. 이를 포함해 오는 2028년까지 6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하고, 충전소도 대거 설치한다. 전기차 생산 시설과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작년부터 향후 10년간 약 2000억 루피(약 3조2500억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기아는 역시 오는 2025년부터 현지에 최적화된 소형 전기차를 생산하고,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순차 공급할 예정이다.

인도 기업과의 이번 협업으로 현지 생산 체제를 발 빠르게 구축하고, 인도 소비자들에게 자국 배터리를 사용한 제품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현재 인도 전기차 시장을 두고 전 세계 완성차 브랜드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선두 주자로 꼽히는 테슬라 역시 최근 인도에 기가팩토리를 지을 부지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스즈키 또한 인도를 전기차 생산의 중심지로 잡고 공략하겠다는 계획을 내놨고, 메르세데스-벤츠도 올해 초 인도에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3종의 새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베트남 기업인 빈패스트도 인도에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를 투자하고, 지난 2월부터 타밀나두주에 자동차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한편 수입 전기차에 대한 관세가 차량 가격에 따라 70% 또는 100%로 상당히 높다는 점도 완성차 업체들이 현지 생산에 나서는 배경이 됐다.

사실상 현지 생산 없이는 인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타타자동차와 경쟁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이번 협업의 배경이다. 인도 정부는 인도에 5억 달러를 투자하고, 3년 이내에 현지 제조를 시작하기로 약속한 경우 특정 전기차 모델에 대한 수입관세를 낮추는 정책을 도입한다고 최근 밝혔다.

높은 시장 성장성도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로 꼽힌다. 북미·유럽 등에서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반면, 인도는 막대한 인구를 기반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 시장조사업체 JMK리서치&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에서 판매된 EV(전기차, 이륜·삼륜차, 버스 등 포함)는 124만7120대로, 2022년(45만5773대)과 비교해 173.6% 증가했다. 이중 전기승용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한 5만4297대 수준이었다. 타타모터스가 79.82%의 점유율로 사실상 시장을 장악했으며, MG(10.27%), BYD(2.75%), 현대(1.9%), 마힌드라(1.23%) 등이 뒤를 이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운트포인트리서치는 지난해 인도의 전체 승용차 판매의 2%에 불과했던 전기차 점유율이 2030년 3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기아는 이미 인도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전기차 시장에 선점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60만5000대, 기아는 25만5000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가 연간 판매량 60만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양사는 올해 인도 시장에서 작년 대비 3.8% 상향한 합산 89만30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