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코퍼레이션 건강걷기 챌린지
정몽혁 회장, 임직원 건강관리 강조
“우리 회사는 사람이 자산의 전부”
올해도 자체개발 앱 ‘워코넥트’ 활용
〈난 누구, 여긴 어디〉 일하는 곳은 달라도 누구나 겪어봤고 들어봤던 당신과 동료들의 이야기. 현재를 살아가는 기업인,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을 다룹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서울 마포역에서 광화문까지 약 5.5㎞. 성인 걸음으로 부지런히 걸어도 한 시간은 족히 넘게 걸리는 거리를 걸어서 출퇴근한 30대 직장인이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고행’을 자처한 이유는 무엇일까.
“먹고 마시는 일은 좋아했지만 운동은 별로 즐겁지 않았습니다. 약 10년간 나쁜 생활 습관을 유지했고 그 사이 몸무게는 30㎏이나 늘었죠. 건강을 위해 변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던 차에 건강 걷기 챌린지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포상이 있다는 얘기에 마음이 혹했어요.”
임창빈 현대코퍼레이션 문화홍보팀 PR은 도보 출퇴근 도전의 시작을 이렇게 회고했다. 그는 47일간 진행된 ‘현대코퍼레이션 2023 건강걷기 챌린지’에서 매일 1만보를 목표로 세우고 걸어서 출퇴근했다. 아침에 한 시간 일찍 일어나 걸어서 출근하고 낮에 1만보를 채웠더라도 가급적 도보로 퇴근했다.
위기는 몇 번이나 찾아왔다. 그는 “저녁 약속이 있는 금요일에 1만보를 채우려면 꼼짝없이 새벽에 일어나 도보로 출근해야 했고 다음날엔 숙취에 시달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마포대교를 건넜다”면서 “어느 더운 날 퇴근길 남산을 넘어 약속 장소로 가는 길에는 솔직히 포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른 아침 상쾌한 공기와 인적이 드문 사거리의 고요함, 퇴근길 마주한 조그만 카페 덕분에 행복을 느꼈다고 임 PR은 전했다. 47일간의 하루 1만보 걷기는 성공적이었다. 한두 시간 걸어도 부담이 없는 체력이 생겼고 몸무게도 8㎏나 감량했다. 물론 포상금도 받았다.
임 PR은 47일간의 걷기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고 했다. “느리더라도 꾸준히만 걸으면 결국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건강한 습관으로 스스로를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어요.”
현대코퍼레이션이 지난해 창립 47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47일간의 건강걷기 챌린지에서 임 PR처럼 47일간 1만보 걷기를 성공한 임직원은 무려 136명. 전체 참가자(337명)의 40%를 넘는 이들이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1만보 이상을 걸었다는 얘기다. 이들은 일부러 회사에서 먼 식당에 찾아가 점심을 먹었고 지하철, 버스를 타고도 몇 정거장 전에 내려 걸었다.
이번 챌린지를 계기로 걷기 문화가 사내에 자리 잡혔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그도 그럴 것이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매일 임직원의 걸음 수를 기록했는데 임직원 간 기록을 서로 확인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즐길 수 있게 했다.
특히 다양한 미션이 주어졌는데 매일 1만보씩 47일간 걷기나 본부(실) 대항전, 세대별 걷기왕뿐 아니라 ▷매주 수요일 47번째로 많이 걸은 사람 ▷연휴 등 특정 기간 가장 많이 걸은 사람 등에게도 포상을 함으로써 임직원이 재미를 느끼고 챌린지에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챌린지 기간에는 서로 ‘오늘의 걸음 수’를 묻는 것이 사내 인사였다고 회사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번 챌린지에서 참가자 총 337명은 47일간 하루 평균 1만1973걸음을 걸었다. 임직원 모두의 걸음 수를 합치면 총 1억8352만5965걸음으로 지구를 무려 3.2바퀴나 돌 수 있는 거리다. 하루 평균 걸음 최고기록자는 47일간 평균 5만5873걸음을 걸었고 한 사람의 하루 걸음 최고 기록은 10만8044걸음에 달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이번 챌린지에 참여한 임직원에게 총 5000만원 이상의 포상금을 수여하며 열띤 참여에 화답했다.
이러한 현대코퍼레이션만의 특별한 건강걷기 문화는 정몽혁 회장의 뜻에서 출발했다.
정몽혁 회장은 ‘건강 전도사’로 불릴 정도로 평소 건강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합상사가 오직 인적 자원만으로 운영되는 회사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임직원의 건강관리가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실제 정 회장은 “우리 회사는 사람이 자산의 전부”라며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건강 상태가 여러분 가족은 물론 회사 전체의 건강 상태와도 직결되니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데 책임감과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코퍼레이션은 2011년부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매년 심폐소생술 교육을 진행해 오고 있고 금연, 체중감량 등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은 걷기 운동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것으로 전해지는데, 걷기를 장려하는 취지에서 임직원에게 걷기 좋은 운동화를 선물하거나 걷기 습관에 관련된 서적을 나눠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매년 창립기념 행사로 걷기대회를 여는 것도 이와 연결된다.
정 회장은 지난해 창립 47주년 기념 걷기대회 당시에도 “여러분의 건강이 제일 중요하고 그다음이 회사”라며 임직원의 건강을 먼저 챙겼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올해도 임직원을 대상으로 걷기 챌린지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챌린지가 임직원이 걷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임직원이 건강한 걷기습관을 내재화하고 꾸준히 실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운영할 방침이다.
걷기 챌린지를 위해 애플리케이션까지 직접 개발했다. 지난해 챌린지 당시에는 외부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다 보니 전 세계 40여개 해외 법인·지사에서 근무 중인 임직원이 참여할 수 없어 아쉬움을 털어놓은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워코넥트(Walkonnect)’를 통해 해외 임직원도 걷기 챌린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워코넥트는 사내 건강증진 체조와 걷기 활동을 위한 플랫폼으로 전 세계 임직원을 연결해 걷는 활동을 공유하며 상호작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임직원 건강의 첫 걸음을 회사가 응원한다는 취지”라며 “앞으로도 직원들이 건강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임직원 참여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