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불능 용인 단독주택 경매로 나와

토지값이 감정가 전부, 이달 3번째 경매

자연녹지지역 개발 한계…유찰 거듭

[영상=이건욱PD]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고금리 여파로 경매로 넘어가는 부동산 물건이 늘어나는 가운데, 경기도 용인의 한 단독주택 빈집이 거듭된 유찰에 가격이 반값으로 떨어져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폐가 상태로 넓은 대지값이 가격의 전부를 차지하는데 개발 한계가 커 낙찰 가능성이 낮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19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 기흥구 마북동 일대 9885㎡ 부지에 위치한 단독주택은 올해 1월 감정가 81억2582만원에 첫 경매가 진행된 후 두 차례 유찰돼 가격이 약 39억8165만원까지 하락했다. 이달 29일 진행되는 경매에서도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가격은 약 28억원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해당 물건은 토지와 주택을 일괄매각하는 건이다. 건물면적 176㎡(53평)인 지하1층~1층 규모 주택은 오랜 기간 방치돼 거주가 불가능한 폐가 상태다. 사실상 토지 가치가 전부인 셈이다. 대지면적은 9885㎡(2990평)로 통상적인 축구장 면적(7140㎡)보다도 넓다. 소유주가 양봉업을 운영해 해당 대지에는 주택 외에도 양봉통 및 자재들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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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경매개시가 결정된 이 단독주택은 약 62억원의 빚을 갖지 못해 경매에 부쳐졌다. 권리관계를 보면 채무자가 성남제일새마을금고에 원금 약 62억원을 상환하지 못했고, 한 대부업체가 부실채권을 인수한 후 지연이자 등이 더해져 근저당액수는 72억원이 된 상태다. 또한 개인에게 빌린 7억8000만원까지 더해 채권총액은 약 80억원이다.

낙찰자가 인수해야 할 권리상 하자는 없다. 또한 토지에 경매에 포함되지 않은 비닐하우스와 창고가 있지만 법정지상권 문제도 없다. 법정지상권은 토지와 건물 소유주가 다를 때 토지 소유자 의사와 관계없이 건물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권리다. 비닐하우스는 건축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고, 소형창고는 경제적가치가 없을 것으로 추정돼 법정지상권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해석이다.

이렇듯 권리상 큰 하자가 없지만 가격이 반값이 되도록 유찰이 반복된 건 토지 용도지역이 ‘자연녹지지역’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물건은 도시지역 내 자연녹지지역에 해당되는데 용적률, 건폐율이 낮고 환경규제 등 개발 제약이 적용된다. 더욱이 자연녹지지역 토지 취득 시 농지취득자격증명(농취증)이 필요해 해당 물건을 낙찰받으려는 수요자는 농취증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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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이 물건은 권리상 리스크가 가격 저감의 발목을 잡은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땅이 가지고 있는 개발 한계가 가격 하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보통 대학교 인근을 보면 개발의 완충지대가 설정되는데 이 대지가 그런 것 같다. 개발이 어려워 단기적으로 개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투자한다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나중에 자연녹지지역이 풀릴 낙관적인 가능성에 의존해 몇십억을 투자한다면 장기간 투자금이 묶일 여지가 있다”며 “이 땅에 임대를 놓을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어 낙찰받으면 투자금액 전액이 묶이는데 투자 성과 면에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도 “인근에 교통호재나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도 아니고 단독으로 이 토지를 개발하지 않는 한 가치가 상승할 여력이 없다”며 “용도지역도 자연녹지지역이라 개발행위 허가가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고 했다.

기존에 있던 폐가를 활용하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택을 증축하기 어렵고 리모델링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자연녹지지역에서 건축 행위가 어렵고 리모델링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현재 있는 주택 규모 정도를 유지해야할 것”이라며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임대로 들어갈 수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이 제한되고 활용도가 매우 낮아 투자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에 유찰은 거듭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선임연구원은 “이 물건은 많이 유찰이 될 것 같다”며 “이전 소유주가 양봉업을 운영했는데 이런 식으로 토지 위에서 어떤 업종을 운영하는 실수요자가 붙어야 낙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아니면 여기서 개발 행위가 가능할 것인지 분석을 미리 하고 입찰에 참여할 텐데 시청 또는 구청 쪽에 문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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