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29일 정개특위에서 ‘선관위 획정위 원안’ 처리할 듯
강원도에 ‘서울 8배’ 선거구 현실화…“지역 죽이는 것” 비판
‘의원 정수 확대’ 제안에는 여야 모두 선 긋기…여론 의식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여야가 4월 총선 선거구 획정에 끝내 합의하지 못하면서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 제출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과반 의석의 더불어민주당이 ‘부산 1석 감석’ 주장을 고수하는 데 이어 특례구역 지정안 협의안까지 무산시키면서 두 달 째 이어진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획정위 원안이 통과될 경우 ‘서울의 8배’ 규모에 달하는 ‘공룡 선거구’가 현실화할 전망이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오는 28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를 열고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한다.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을 경우 일부 선거인들의 권한이 제한 될 수 있고 경계 조정 지역의 공천과정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는 재외선거인명부를 오는 3월 11일 확정한다. 2월 내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으면 이들의 선거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정개특위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헤럴드경제에 “이대로라면 전지역 획정위 원안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개특위 간사인 김영배 의원도 본지에 “여야 합의가 정 안되면 단독으로라도 처리할 것”이라며 “내일 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앞서 획정위는 인구 변화를 반영해 서울과 전북에서 1석씩 줄이고 인천과 경기에서 1석씩 늘리는 안을 제안했다.
여야는 29일 국회 본회의 처리는 곧 ‘획정위 원안 처리’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정개특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획정위 원안대로 갈 수밖에 없지 않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부산 1석 감소’ 주장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물리적으로도 2월 내 선거구를 획정하려면 더 이상의 수정은 어렵다. 획정위 원안을 수정하지 않을 경우 28일 정개특위에서 의결한 뒤 바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겨 국회 본회의로 보내면 된다. 하지만 획정위 원안을 수정할 경우 ▷정개특위에서 수정안을 의결한 뒤 ▷선관위 획정위에 보내 선거구 획정을 확정짓고 ▷다시 정개특위 안건으로 다뤄야 한다. 이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어야 하는 구조라 최소 2~3일의 여유는 필요하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전날 양당 원내대표에게 지역구 의석을 한 자리 늘리는 내용의 ‘국회의원 정수 301명’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여야 모두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김상훈 의원은 “우리당의 당론은 국회의원 정수 축소”라고 했고 민주당 정개특위 관계자도 “의원 수를 늘리는 방안은 지금 와서 다루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2월 본회의에서 선거구가 정해질 경우 ‘역대급 지각’이라는 오명은 피할 수 있지만 ‘특례 선거구’ 문제는 여전하다. 앞서 정개특위 양당 간사는 ▷서울 종로구, 중구성동갑·을 유지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을, 속초인제고성양양 등 유지 ▷경기 양주동두천연천갑·을, 포천가평으로 정리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을 현행 유지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획정위 원안으로 갈 경우 강원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이 하나로 묶이는 기형적인 ‘초대형 선거구’가 등장하게 된다.
해당 지역구 의원인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오전 YTN 라디오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이 서울 면적의 8배를 관할하면 이것은 강원도 전체 면적의 30%다. 강원 북부(의 전체다)”라며 “전북, 전남, 강원도 등에 대해 민주당이 추진하는 획정위 원안은 지방을 죽이는 안”이라고 규탄했다. 이 의원은 “당 내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같은 사람들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선거구 협상과 다른 무언가 전략이 있지 않고는 합리적 이야기를 하다가 비합리적 방향으로 이렇게 돌아설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