숄츠 정부 “나토 최대 군사력 건설”…시대전환 선언
연 250억~300억 유로 추가 재정 필요…‘부채 브레이크’ 걸림돌
연 2만명 결원 생겨도 보충 어려워…병력 파견 공약 ‘걸림돌’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방위비 분담 없이 보호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나토 자체의 방위력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나토 핵심국가인 독일은 국방정책의 ‘자이텐벤데(Zeitenwende·시대전환)’를 선언했지만 재정과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 보도했다.
울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의 국방비 지출을 통한 국방력 강화를 천명하면서 이러한 변화를 ‘자이텐벤데’라고 자평했다. 그는 “독일이 곧 나토에 있는 모든 유럽 회원국 중 가장 큰 규모의 재래식 군대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에 독일 정부는 1000억유로의 자금을 국방력 강화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올해에만 718억 유로가 투입된다. 이중 약 520억유로는 정기 예산에서, 198억유로는 특별 부채 기금을 통해 조성됐다.
이를 통해 ▷레오파드2A8 18대 ▷퓨마 보병전투차량 50대 ▷패트리어트 대공미사일 1000기 ▷애로우3 방공미사일 시스템 ▷치누크 중형헬기 ▷F-35 전투기 35대 등이 도입된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지난해 11월 한 인터뷰에서 “독일은 전쟁할 준비를 갖춰야 하고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독일 정부가 나토 최대의 군사력을 갖추겠다고 결정한 것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확대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년에서 8년 내에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수 있다”며 “우리는 지난 30년 간 보지 못했던 위협을 경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독일의 국방력은 냉전 이후 심각하게 약화돼 있다.
냉전이 끝난 직후 독일군의 전체 병력은 약 50만명으로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것으로 꼽혔지만 이후 2019년 약 60% 가량 감소했다.
냉전 이후 미국 중심의 나토에 국방을 맡기면서 독일의 국방비 지출은 급격히 줄었다. 독일경제연구소(IW)의 연구에 따르면 1990~2020년 독일의 국방비는 나토의 기준에 비해 최소 3940억유로 적게 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 국방비가 GDP 2%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연간 250억~300억유로가 추가로 편성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FT는 “연립 내각 뿐 아니라 야당인 기독민주당과 기독사회당 등 대다수 정당 역시 2% 목표를 지지하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달성할지는 고민거리”고 평가했다.
게다가 독일은 공공부채의 규모를 GDP의 0.35% 이내로 제한하는 이른바 ‘부채 브레이크’를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올해 독일 경제 성장률이 0.2%로 대폭 하향 조정된 상황에서 국방비를 포함해 공공부채를 쉽게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독일 정부의 한 장관은 “복지 예산을 삭감해야 할지, 부채 브레이크를 폐지해야 할지 결정을 해야 하지만 그 결정은 미뤄지고 있다”고 FT에 토로했다.
앙헬라 메르켈 전 총리의 오랜 외교 정책 고문이었던 크리스토프 휴스겐은 “독일은 추가 자금이 어디서 나올 것인가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독일군이 처한 또다른 위기는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에서 온다. 독일 국방부는 현재 18만3000명 수준인 병력을 2031년까지 20만 30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독일 정부는 발트 3국에 대한 안보 지원을 위해 리투아니아에 5000명 규모의 병력을 영구적으로 배치하고 나토의 ‘신전력 계획’에 따라 독일은 나토 동맹국에 대한 공격이 발생할 시 30일 이내에 3만명의 병력과 해군함정과 항공기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직업군인과 장교의 정년퇴직과 자원 입대자의 전역으로 매년 2만명의 결원이 발생하고 있고 이를 채울만한 군 지원자는 점차 감소하는 상황이다.
요한 웨이드풀 기민당 국방외교정책 대변인은 이러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는 물질적으로나 인력적으로 뒤처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