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부의장, 19일 전격 탈당 선언 기자회견
“모멸감 느낀다…정량평가·정성평가 공개 요구”
“친명도 반명도 아닌데도 저를 반명으로 낙인”
“하위 20% 통보, 이재명 대표 사당 전락 사례”
민주당 공천 갈등 격화…도미노 탈당 가능성도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더불어민주당 4선 중진인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19일 전격 탈당을 선언했다.
김 부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민주당을 떠나려고 한다”며 “그동안 성원하고 지지해주신 영등포갑 민주당 당원 여러분께 죄송하고 송구하다”고 밝혔다.
김 부의장은 “오늘 민주당이 저에게 (현역) 하위 20%를 통보했다”며 “모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지난 4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시민단체, 언론으로부터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될 만큼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평가 받아왔다. 오로지 민생회복과 정치발전을 위해 4년간 쉼없이 활동했다”며 “그런데 대체 어떤 근거로 하위에 평가됐는지 정량평가, 정성평가 점수를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 부의장은 “저는 친명도 아니고 반명도 아니다. 오로지 국민 속에서 더 사랑받고 신뢰받는 민주당으로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중간지대에서 노력해왔다”며 “하지만 그런 저를 반명으로 낙인찍었고 이번 공천에서 떨어뜨리기 위한 명분으로 평가점수가 만들어졌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에 대한 하위 20% 통보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는 가장 적나라하고 상징적인 사례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의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사당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또 “그동안 이를 바로잡지 못하고 지금의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을 반성한다”며 “민주당이 잘되기를 바라지만, 이재명을 지키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우리 사회 정치발전을 위한 길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겠다. 오직 민생과 지역발전을 위한 정치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과 지역주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 부의장은 기자회견문 낭독 후 기자들과 만나 하위 20% 해당 사실은 이날 오전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직접 통보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부의장은 “(임 위원장에게) 하위 20% 해당되냐고 했더니 10% 아니고 20% 해당된다고 (임 위원장이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민주당 당헌의 ‘감산기준’ 규정을 살펴보면 하위 20% 안에서도 경선 때 감산 정도는 반으로 나뉜다. ‘하위 20%’를 반으로 나눌 때 상대적으로 더 하위에 해당하고, 전체를 기준으로 하위 10%에 해당하는 현역 의원들은 지역구 후보 경선에서 본인이 얻은 득표수의 30%가 감산된다. ‘하위 20%’ 안에서 상위 절반에 해당하는 감산 대상자는 경선 득표수의 20%가 깎인다. 때문에 하위 평가 통보를 받으면 실질적으로 컷오프(공천 배제)와 크게 다르지 않고, 당내에서 사실상 불출마 권고를 받은 셈이 된다는 게 당내 인식이어서 공천 갈등 뇌관이 될 것이란 전망이 이어졌다.
김 부의장은 ‘이재명 사당이라고 한 이유와 친명(친이재명)-친문(친문재인) 그룹 간 갈등이 있는데 장관을 한 것이 영향이 있다고 보는지’ 묻자 “그런 요인이 작용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 “왜냐면 저는 의정활동을 하면서 여태까지 못했다,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 부의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고용노동부장관을 지냈다.
당 지도부로부터 불출마를 받았는지 묻는 질문에 김 부의장은 “아무 통보받은 거 없다”고 말했다. 또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현재 미국에 있어 상의를 하진 못했다고 밝혔다. 김 부의장은 ‘정세균계’로 꼽힌다. 아울러 지도부와 탈당 관련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부의장은 향후 거취와 관련해 국민의힘 입당을 묻는 질문에 “아니다. 지금 아무 생각 안 해봤다”며 “민주당 의원 했는데 민주당에서 우리 의원들 중에 제가 하위 20% 들었다는 거 아닌가. 내가 앞으로 어떤 방법해야 될지 이제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 직전 김 부의장의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언급하는 ‘지라시’가 돌기도 했다.
이날 현역 하위 20% 통보 사실을 공개한 김 부의장이 전격 탈당을 선언하면서 민주당 공천 갈등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하위 20% 통보를 받은 비명, 친문 인사들의 도미노 탈당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