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관 공천 설계’ 주장 일주일 만에 “당의 결정 수용”
한동훈 “시스템공천 과정 존중해야…함께 해달라”
김성태, 한동훈 메시지에 ‘이제 그만하겠다’ 선회
與 공관위, 강서을 단수공천 미포함…추가 검토 여지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4월 총선에서 서울 강서을 출마를 선언했던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14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부적격’ 판정에 공개 반발한 지 약 일주일 만에 “당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우리와 함께 해주실 것이라 기대한다”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공개 요청에 또 다시 선당후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당의 결정 겸허히 수용…다시 백의종군 길”
김 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전히 아쉬운 심정을 가눌 길이 없지만, 이제 우리 당의 시스템 공천 결과를 받아들이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 우리 당의 승리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미력이나마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며 “우리 당과 윤석열 정권의 성공을 위해 승리의 한길로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부디 우리 강서 지역에도 이기는 후보, 승리하는 후보를 공천해 주시기 바란다”며 “20년 강서에 뿌리 내린 김성태의 정치가 우리 당 후보를 승리로 이끌어가는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써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물러서야 할 시간”이라며 “저는 또 다시 백의종군의 길을 택하지만, 언제나 여러분 곁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저 자신의 억울함, 안타까움, 울분은 오로지 윤석열 정권의 총선 승리와 한동훈 체제의 총선 승리로 이끌어가는 밀알이 되게 내려놓게 됐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나’란 질문에는 “일체 그런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이철규·박성민 의원을 겨냥한 ‘핵관(핵심관계자) 공천 설계’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지난 6일 총선 공천신청자 중 김 전 원내대표를 포함한 29명에 대해 심사 원천 배제를 의미하는 ‘부적격’ 판정을 한 바 있다.
공관위는 앞서 ▷성폭력 2차 가해 ▷직장 내 괴롭힘 ▷학교폭력 ▷마약범죄(이상 신 4대 악) 및 ▷배우자·자녀 입시비리 ▷배우자·자녀 채용비리 ▷본인·배우자·자녀 병역비리 ▷자녀 국적비리(이상 4대 비리) 등에 한해 사면·복권 되더라도 부적격 판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김 전 원내대표는 과거 ‘자녀 KT 불법채용 비리’로 기소돼 2022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고, 그해 12월 사면·복권됐다.
이에 김 전 원내대표는 7일 이철규·박성민 의원을 겨냥해 “시스템 공천이라는 미명 아래 표적 맞춤형 공천 시스템을 설계해 놨다”고 주장했다.
일주일 만에 입장 선회…한동훈 발언에 “이제 그만하겠다”
김 전 원내대표의 입장 선회 배경에는 한동훈 위원장의 메시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위원장은 13일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 당은 이번에 도입한 시스템 공천의 과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당의 후보로서 김성태 전 의원님을 국민들께 제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김 전 의원님의 헌신과 민주주의에 대한 기여, 그리고 거기에 대한 저와 우리 당의 평가가 달라지는 건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김성태 전 의원님과 함께 이번 4월에 승리를 만들고 싶다”며 “우리와 함께 해주실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보수층에서 ‘공신’이라 평가를 받는 김 전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당 안팎의 여론을 감안한 ‘달래기’로 해석됐다. 김 전 원내대표는 지난 2018년 9박10일간의 노숙 단식을 통해 드루킹 특검에 대한 여야 합의를 끌어냈고, 이는 당시 ‘친문(친문재인계)의 황태자’로 불렸던 김경수 경남지사의 유죄 판결 및 도지사직 상실로 이어졌다.
여권에서는 13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금 지도부에 이 당을 위해 김성태 만큼 헌신과 희생을 한 사람이 있는가”라며 김 전 원내대표를 두둔했고, 같은 날 오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는 지지자 60여명이 ‘드루킹 특검, 단식 투쟁 공천 부적격 사유인가’ ‘민주주의 역행하는 공천농단 규탄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김 전 원내대표는 한 위원장의 공개 발언을 전해 들은 직후 주변에 ‘이제 그만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보수층의 지지를 받는 김 전 원내대표로선 한 위원장의 ‘함께 해 달라’는 요청을 거절할 명분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관위, 강서을 단수 공천 미포함
다만 공관위는 14일 서울·광주·제주 지역 단수 추천 지역 발표에서 강서을 선거구를 포함시키지 않으면서 우선 추천(전략공천) 및 재공모 가능서을 열어 놨다. 이 지역은 김 전 원내대표가 부적격 판정을 받으며 비례대표인 박대수 의원이 사실상 단독 입후보한 곳이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당 지지도와 차이라든가, 당선 가능성 이런 것을 좀 더 생각하기 위해서 보류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