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C, 필기시험 대신 대학성적으로 대체
병사 복무기간 단축·봉급인상 속 변화 모색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군의 대다수 초급간부를 배출하면서 초급간부의 뿌리로 평가받는 학군사관후보생(ROTC) 선발 방식이 올해부터 대폭 바뀐다.
기존 필기시험은 대학성적으로 대체되고, 인공지능(AI) 면접이 도입된다.
육군학생군사학교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학군사관후보생 65, 66기 선발계획을 공고했다.
선발은 1000점 만점에 대학성적 200점, 수능 또는 고교 내신 200점, 면접 400점, 체력인증 200점, 그리고 신체검사와 신원조사 평가를 통해 이뤄진다.
이에 따라 지적능력검사와 국사 등 기존 필기시험은 폐지되고 대학성적으로 대체된다.
지원자는 접수기간 포기학점(F)을 포함한 전 학년 성적의 이수학점과 평균점수, 백분율 등 대학성적증명서와 함께 국어를 필수로 수학 또는 영어 성적의 등급, 백분위가 포함된 수능성적증명서나 전 학년 국어와 영어, 수학 성적 과목, 단위, 등급이 포함된 내신성적증명서를 제출하면 된다.
학군장교를 희망하는 지원자들이 대학 수업 외 별도의 필기시험까지 준비하느냐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군 당국은 대학성적과 수능성적이나 내신성적만으로도 변별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기존 대면면접은 AI면접 80점과 대면면접 320점을 혼합한 형태로 바뀐다.
AI면접은 확고한 윤리의식, 회복 탄력성, 솔선수범, 공감적 소통, 적극적 임무수행, 자신감, 논리성 등을 평가하며 대면면접은 표현력과 국가관, 사회성, 상황판단, 안보관, 리더십 등을 평가한다.
AI면접은 지정된 기간 PC나 스마트폰을 활용해 AI면접 웹사이트에 접속한 뒤 안내에 따라 진행하게 된다.
아울러 인성검사도 기존 서면 인성검사에서 온라인 인성검사(MMPI-Ⅱ)로 전환됐으며, 체력인증평가 역시 기존 100점 만점에서 200점 만점으로 배점을 상향 조정하고 5개 등급에서 7개 등급으로 등급을 세분화했다.
이 같은 선발 방식 변경은 인구절벽으로 인해 병사는 물론 초급간부 병역자원 자체가 감소하고 있는데다 병사 봉급 인상과 복무기간 단축 여파로 학군사관후보생 지원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을 쫓으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매년 낮아지던 학군사관후보생 경쟁률은 지난해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학군사관후보생 지원 경쟁률은 지난 2014년만 해도 6.1대 1에 달했지만 2018년 3.4대 1, 2020년 2.7대 1, 2021년 2.6대 1, 2022년 2.4대 1, 그리고 지난해는 1.6대 1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육군의 경우 지난해 창군 이래 처음으로 추가 모집에 나서기도 했다.
군 복무 중은 물론 전역 이후를 감안해도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학군장교 지원이 줄어든 것은 병사와 비교할 때 크게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병사보다 복무기간은 긴데 급여 격차는 점차 줄어드는 현실에서 학군장교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우선 지난해 기준 소위 1호봉 기본급은 178만5000원, 하사 1호봉 기본급은 177만1000원인데, 군 안팎에선 호봉 산정 등 변수를 제외하고 기존 인상률만 적용할 경우 2025년께는 병장 월급과 초급간부 기본급 역전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병 봉급 인상시 초급간부 지원 의향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장교 지원 희망자의 41.5%, 부사관 지원 희망자의 23.5%가 “병 봉급이 205만원이 되면 지원하지 않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복무기간의 경우 육군 병사가 18개월인 반면 학군장교는 군별로 24~36개월에 달한다는 점도 지원을 꺼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병사 의무복무기간은 1968년 36개월에서 현재 육군 기준 18개월로 단축됐지만, 학군장교 복무기간은 애초 24개월에서 1968년 육군 기준 28개월로 늘어난 이후 56년 동안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군은 선발 방식 변경을 비롯해 지원 횟수 확대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중이지만 선발 과정에서 탈락자를 감안하면 올해 사실상 미달이 불가피하다는 회의론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