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 KOREA 킨텍스·KADEX 계룡대…방산업계 대혼란
결국 ‘돈’ 문제…업체 참가비·임대료 등 수익 배분 이견
육군협회·방위산업전 조직위 갈등에 ‘K-방산’ 흠집 우려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세계 방산시장에서 ‘K-방산’의 위상이 상승하고 정부의 ‘4대 방산 강국’을 향한 발걸음이 분주한 가운데 국내 최대 지상무기전시회 개최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방산전시회를 공동 주최해온 대한민국육군협회와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 조직위원회는 올해 전시회를 따로 개최하겠다는 계획이다.
먼저 육군협회는 12일 지상무기전시회인 ‘KADEX 2024’를 오는 9월 25일부터 29일까지 계룡대 활주로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DX KOREA 조직위는 이튿날인 13일 올해 6회째를 맞이하는 ‘DX KOREA 2024’를 오는 9월 25일부터 28일까지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정상 개최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같은 시기에 계룡대와 킨텍스에서 유사한 전시회를 별도로 개최한다는 것이다.
육군협회는 KADEX 2024를 단순한 무기 전시회 차원을 넘어 육군이 미래전에서 어떻게 싸워 이길지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전문가와 예비역,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안보공동체를 지향하는 다양한 국방 컨퍼런스를 병행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K-방산을 전 세계에 알리고 방산수출을 통한 국익 창출에 기여하는 명실상부한 국제 지상무기전시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DX KOREA 조직위는 “K-방산의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중대한 시점에 지난 10년 동안 전시회를 주최해왔던 조직위는 올해 전시회 주최 관련 논란과 혼선에 대해 매우 죄송하고 송구한 입장”이라면서도 “올해 전시회를 내실있게 진행할 수 있도록 각 분야별 전문가들과 함께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며 일단 독자적으로 전시회를 추진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조직위는 이어 K-방산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높이겠다면서 국제 방산전시회 개최 경험과 검증된 능력,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해 DX KOREA를 성공적으로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육군협회와 조직위가 갈라서면서 두 전시회 모두 ‘반쪽 전시회’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육군협회의 KADEX의 경우 국방부와 육군본부의 공식후원을 받지만 그동안 전시회를 개최해온 킨텍스가 아닌 계룡대로 장소를 옮기면서 추가 비용 발생과 접근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사고 있다.
특히 해외 방산업체들은 이전까지 전시회 실무업무를 맡아온 DX KOREA 대행사 측에 참가 문의를 해오고 있는 형편이다.
반면 DX KOREA 조직위는 국방부와 육군의 후원 명칭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해 정부와 군의 지원이 힘들어진 상황이다.
또 대기업은 차치하더라도 중소업체의 경우 방위사업청의 지원을 받아 전시회에 나서는데 방사청 입장에서는 국방부와 육군이 KADEX를 후원하는 상황에서 DX KOREA의 손을 들어주긴 힘들 수밖에 없다.
이에 조직위는 육군 장병과 장비 동원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육군이 미래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역량을 충분히 알릴 수 있도록 전시환경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육군협회와 조직위 간 갈등이 지속된다면 결국 주인공인 방산업체 참여가 축소되거나 정작 전시할 지상무기가 빠진 반쪽 전시회가 될 수밖에 없다.
전시회에 참가할 방산업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동일한 시기에 다른 장소에서 전시회를 잡으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우리로서는 국방부나 육군이 안 낀 민간업체에서 하는 전시회에 나갈 이유가 없지만, 물리적으로 계룡대 활주로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들어가기도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양측 간 갈등의 원인은 결국 돈 문제라는 평가다.
육군협회는 이전까지 전시회에 참여한 방산업체들의 참가비와 전시회 임대료 등 수익 배분 과정에서 DX KOREA 대행사 측이 대부분을 가져가고 정작 육군협회는 이름만 빌려준 꼴이 됐다는 인식이 강하다.
양국의 갈등은 소송전으로까지 비화된 상태다.
여기에는 육군협회와 조직위에 관여하는 전직 예비역 육군 장성 간 감정싸움이 깔려있다는 얘기마저 흘러나온다.
문제는 양측의 이 같은 갈등이 이제 막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워가며 4대 방산 강국을 향해 나아가는 K-방산의 신뢰 훼손과 위상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제 해외 대표단과 바이어를 초청해야 하는 시기인데 이런 모양새로 흘러가면 업체는 물론이고 K-방산이나 한국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업체 입장에서는 어디가 돼도 상관없다. KADEX가 됐든, DX KOREA가 됐든, 아니면 제3의 또 다른 전시회가 됐든 빨리 정리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속적인 K-방산의 성장을 위해 양측이 이제라도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