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지지율 9개월 만에 20%대로
전문가들, ‘거부권’·‘불통’ 등 지적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약 9개월 만에 다시 20%대로 내려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가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단 지적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2일 공개한 2월 1주 차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29%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조사 대비 2%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부정 평가의 경우 직전 조사와 마찬가지인 63%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가 30%대 아래로 나타난 것은 2022년 11월 3주 차 조사에서 29%로 집계된 이래 약 9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첫해인 2022년 7월 4주 차 조사에서 28%를 기록한 뒤, 같은 해 11월까지 대체로 20%대 중후반에 머물렀다. 지난해의 경우 30% 초중반 박스권에 갇힌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거부권 피로도’와 ‘불통 이미지’ 등을 꼽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태원 특별법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가 직격탄이 된 것 같다”며 “현재 지지율을 보면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그러면서 “이제는 대통령이 무엇을 해도 믿지 않는 사실상 ‘준(準) 탄핵’ 상태로 보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이미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외에도 이번 이태원 참사 특별법도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민들과 완전히 돌렸다고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불신과 불통 이미지가 굳어져 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지금은 아무리 공약을 내걸고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국민들과 소통하고 국민들의 정서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열리지 않는 신년 기자회견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윤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서 ‘불통’이 점점 굳어지는 것 같다”고도 했다.
거부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피로도’는 실제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짐작이 가능하다.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던 지난해 4~5월의 경우, 거부권 행사 직후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2%P가량 소폭 상승했다. 여소야대 국면 속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대해 정면 돌파에 나선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당시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 이유로는 ‘공정·정의·원칙’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직후 조사에선 다른 양상이 포착됐다. 2023년 12월 1주 차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P 하락한 32%로 나타났고, 부정 평가 이유에는 ‘소통 미흡(7%)’, ‘독단적·일방적(4%)’ 등이 꼽혔다.
이러한 유권자들의 ‘거부권 피로도’는 쌍특검법 거부권 행사 직후 절정에 다다랐다. 지난 1월 2주 차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도는 직전 조사 대비 2%P 오르긴 했지만, 부정 평가 이유 2위로는 ‘거부권 행사(10%)’가 크게 부상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 1위로는 ‘경제·민생·물가(19%)’가 꼽혔지만, ‘소통 미흡(11%)’과 ‘독단적·일방적(7%)’ 등이 뒤를 이으며 상위권에 올랐다. ‘김건희 여사 문제(6%)’와 ‘거부권 행사(5%)’ 등도 이번 부정 평가 이유에 포함됐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김건희 여사 문제로 보인다”며 “사실은 경제는 어제오늘 나쁜 게 아니고, 때문에 다른 순위에서 꼽히고 있는 김건희 여사 문제가 제일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봤다.
한편 이번 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한 표본을 상대로 전화 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