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관련 토론회에 이례적 서면 축사
현역의원 사무실 개소식엔 화환·축전 자제
정치인과는 비즈니스 관계…신인은 가까이
“신선한 보수 이미지 쌓기” “세련된 권력”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86 운동권 특권 세력 청산은 시대정신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한 토론회에 서면 축사를 보내자, 정치권에선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왔다. 한 위원장은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지역행사나 토론회에 화환이나 축사를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이 서면 축사를 보낸 곳은 민주화운동동지회, 바른언론시민행동, 신전대협이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주최한 ‘반칙과 특권의 청산 위한 운동권 정치 세력의 역사적 평가’ 토론회다. 한 위원장은 축사에서 “이들은 과거 운동권이었다는 이유 단 하나 만으로 지난 수십년간 대한민국 정치의 주류로 자리 잡으며, 국민과 민생은 도외시하고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았다”며 “‘운동권 카르텔’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국회는 물론 정부와 청와대 요직을 장악하면서 권력을 이어 왔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을 비대위원장 취임 일성으로 내놨던 한 위원장이 같은 문제의식을 드러낸 토론회에 힘을 실어줬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이례적이란 반응이 적지 않았다. 다수의 국민의힘 현역 의원실이 최근 지역 선거사무소를 새롭게 열며 한 위원장의 화환을 요청했는데, 비대위원장실로부터 ‘화환이나 축전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영남권 의원실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당대표나 비대위원장 화환을 받는다”며 “도전장을 낸 원외 당협위원장이나 대통령실 출신 예비후보 등 경선 상대를 기선제압하는 용도지만, 이번에는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1월 초까지 이어졌던 현역의원들의 지역 의정보고회에도 의원의 이름만 바꾼, 똑같은 내용의 축사를 보냈다고 한다.
실제 한 위원장은 기성 정치인보다 정치신인이나 외부 인사들을 발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비대위원도 당연직(원내대표·정책위의장)을 제외한 지명직에서 현역의원은 김예지 의원 뿐이다. 한 위원장은 당 내 3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도 한 차례 오찬을 가진 이후 추가 접점이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출범 이후 입당한 이상민 의원도 마찬가지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한 위원장과 관계는 비즈니스적 관계”라고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 위원장은 최근 중앙당사 건물 경비·청소관리인 등 근로자들과의 ‘깜짝 오찬’을 가지고, 서울 신년인사회에서 비대위원인 김경율 회계사의 출마선언을 함께 했다. 이를 놓고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대권주자로서 기성 정치인들 중심의 세를 만들기보다 신선한 보수 이미지를 쌓으려는 게 아닐까 싶다”고 평가했다. 한 의원은 “상당히 세력된 권력의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