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기려면 어디든 모셔야”…“활로 찾을것”

경제학자 출신 대선주자…野 안민석 상대 거론

“이준석과 달라 재평가해야…유, 선택 아닌 필수”

공동-권역 선대위원장 가능성도 거론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 [연합]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총선을 71일 앞둔 국민의힘에서 ‘유승민 역할론’이 고개 들었다. ‘운동권 대 경제전문가’ 구도를 만들 수 있는 5선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경기 오산) 등 구체적인 출마 가능 지역까지 거론됐다. 총선 승리를 위해 중도 확장성을 지닌 유 전 의원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그가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주도적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31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선거에서 이기려면 어디든 모셔야 한다. 지역구는 논의된 적 없지만, 대구에 모실 수는 없을 것”이라며 유 전 대표를 중원 선거에 기용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에 출마한 유 전 대표는 경선 당원투표에서 김은혜 당시 의원을 상대로 고배를 마셨지만, 일반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이긴 바 있다.

친윤 핵심이자 공천관리위원인 이철규 당 인재영입위원장도 이날 중앙당사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어제 (공관위) 회의에서 검토된 게 없다”면서도 “유 전 의원도 여기서 이번에 활로를 찾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이 하여튼 잘 판단해서, 의지가 있을지 아닐지(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을 지키겠다. 공천 신청은 하지 않겠다”고 밝혀 여러 해석을 낳았다. 현역의원이 아닌 그가 사실상 불출마 선언을 했다는 해석과, 당 결정에 따라 총선에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왔다.

특히 여권 내 반윤으로 불린 유 전 의원이 “(24년 전 입당한) 처음이나 지금이나 이 당에 누구보다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고 잔류를 택하면서 ‘재평가’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탈당한 이준석 전 대표와 달리 당에 남았다”며 “상황이 달라진 만큼 예전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보수 대통합이 이뤄진 지난 대선도 0.78%차로 겨우 이겼다”며 “이준석 전 대표가 탈당한 상황에서 중도·청년에 소구력을 지닌 유 전 의원을 모시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이 김대중 정부 당시부터 주목받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학자 출신이란 점도 역할론에 힘을 싣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강조해 온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의 핵심 전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29일 비대위 회의에서 “임종석과 윤희숙, 누가 경제를 살릴 것 같나”며 ‘운동권 대 경제전문가’ 구도를 강조했는데,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전 의원은 KDI 출신으로 유 전 의원과도 가깝다.

유 전 의원의 등판을 위해선 당 지도부의 설득과 본인의 결단이 남은 상태다. 유 전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유 전 의원이 스크럼(대형)을 짤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역할뿐 아니라 선거 전략을 짤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 내에선 대선주자인 유 전 의원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인천 계양을)의 상대로 나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과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는 안, 경기도 선대위원장 등 출마 권역 선거를 지휘하는 안 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