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30%대 붕괴 가능성도”
거부권 행사 초반엔 소폭 상승세
‘쌍특검법’ 거부 이후 피로도 절정
‘한동훈 효과’ 與는 타격없이 횡보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이태원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재가하면서 횟수로는 5번째, 법안에 대해선 9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간 쌓여온 유권자들의 ‘거부권 피로도’로 인해 “30%대 초반에 갇혀 있던 지지율이 더 내려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1월 4주 차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1%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직전 조사 대비 5%포인트(P) 오른 63%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23~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갤럽 기준 지난 11월 4주 차 조사 이래 2개월째 3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특히, ‘쌍특검법’으로 불리는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별검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한 직후인 1월 2주 차 조사(33%) 이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때문에 이번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역시, 향후 지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거부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축적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30%대 지지율이 붕괴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고 말했다.
거부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피로도’는 실제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짐작이 가능하다.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던 지난해 4~5월의 경우, 거부권 행사 직후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2%P가량 소폭 상승했다. 여소야대 국면 속 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대해 정면 돌파에 나선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당시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 이유로는 ‘공정·정의·원칙’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직후 조사에선 다른 양상이 포착됐다. 2023년 12월 1주 차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P 하락한 32%로 나타났고, 부정 평가 이유에는 ‘소통 미흡(7%)’, ‘독단적·일방적(4%)’ 등이 꼽혔다.
이러한 유권자들의 ‘거부권 피로도’는 쌍특검법 거부권 행사 직후 절정에 다다른 모양새다. 지난 1월 2주 차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도는 직전 조사 대비 2%P 오르긴 했지만, 부정 평가 이유 2위로는 ‘거부권 행사(10%)’가 크게 부상했다. 부정 평가 이유로서의 ‘거부권 행사’는 이번 조사에서도 4%를 차지했다.
반면,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상관없이 횡보하며 ‘디커플링’ 현상을 보인다. 윤 대통령과 여당을 구분해서 보는 이러한 현상은 ‘한동훈 비대위’ 출범 이후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비대위 출범 이후 실시된 조사인 1월 2주 차 조사에서 36%로 집계된 이래 2주 연속 수평선을 그리고 있다.
엄 소장은 “거부권 행사에 대한 책임을 여당과 한동훈 위원장에게 물을 것 같지는 않다”며 “이제 차별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고, ‘한동훈 효과’를 통한 거부권 행사 상쇄로 정체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권의 무게 중심이 윤 대통령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 쪽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