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중 6곳 “中서 재료 조달, 위험” 인식

“5년 내 공급망 수요 충족 위해 中 대신 인도 선택”

품질 관리, 배송 환경, IP도난 문제는 걸림돌

중국 장쑤성 리안녕강 지역의 한 섬유공장에서 근로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미중 무역 갈등에 더해 중국의 경제 상황마저 빠르게 악화되면국 중국에 진출한 많은 미국 기업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 인도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인프라 부족과 제도 미비 등으로 본격적인 이전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원폴이 미국 기업 임원급 관리자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9%가 중국으로부터 재료를 공급받는 것에 대해 “다소 위험하다” 또는 “매우 위험하다”고 답했다. 최근 희토류 또는 흑연의 수출을 통제하는 등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갖는 소재를 수출 무기화하는 중국 정부의 행태에 대해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인도로부터의 소재 공급이 위험하다고 답한 답변은 39%에 불과했다.

실제로 중국으로부터 탈출하는 해외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 국가외화관리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은행을 통한 기업과 개인의 해외 거래를 통해 순 유출된 자금이 687억달러에 달했다. 재화·서비스 무역이나 투자 활동을 포함하는 해외 거래로 자금 순유출이 발생한 것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특히 항목별로는 공장 건설 등 해외 직접 투자에 따른 자금 유출이 두드러졌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 수는 지난해 7월 2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숫자를 기록했고 11월 기준으로도 전년 동월 대비 0.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인도는 중국을 대체할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응답자 중 56%는 향후 5년 내에 공급망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중국을 대신해 인도를 선호한다고 답한 것이다.

이들 기업 중 61%는 중국과 인도 모두에서 동일한 소재를 생산할 수 있다면 중국보다 인도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사미르 카파디아 인도 인덱스 최고경영책임자(CEO)는 “기업들이 인도를 관세를 피하기 위한 단기적인 변곡점으로서 보는 것이 아니라 장기 투자 전략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미국을 국빈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국방, 기술, 공급망 다각화 부문에 협력하기로 한 협정을 체결하면서 인도는 미국 기업들의 ‘프렌드 쇼어링(우호국가로의 사업 이전)’ 전략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인도 정부가 반도체 제조 공장을 자국 내에 설립한 기업에 50%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하자 마이크론이 27억달러를 투자하기로 발표했으며 애플과 구글이 자사 스마트폰 생산을 인도로 전환했다. 아마존도 클라우드, 상거래 부문에 15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은 인도의 공급망 역량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5%는 인도에 공장을 설립할 경우 품질 보증(QC) 과정에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 지난 9월 애플 공급업체인 페가트론은 화재로 인해 첸나이 인근 첸갈파투 공장의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했다.

배송위험(48%)과 지적재산권 도난(48%)도 미국기업들이 인도 진출을 주저하게 하는 우려사항이었다.

한편 베트남은 인도와 함께 ‘차이나 플러스 원(중국 외에 생산기지를 한 군데 더 늘리는)’ 전략을 채택하는 기업들이 고려하는 주요 옵션 중 하나다. LSEG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290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4% 이상 급증했다.

다만 베트남이 인도와 동등한 위치에서 중국을 대신하는 대안 역할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카파디아 CEO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인도는 베트남과 달리 매우 큰 고객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며 “비용절감은 물론 시장 접근도 고려하며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들은 인도를 택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