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하락·소비 감소에 中 내수경기 위축
신입사원 월평균 급여 전년 동기比 1.3%↓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 고용 시장에도 한파가 불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증시 부진 속에 대출 연체율, 실업률이 치솟으면서 서민 경제가 ‘붕괴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올 들어 중국의 고용 시장이 더욱 암울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얼어붙은 고용시장은 내수 시장을 침체시키며 물가가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인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임금은 하락하는 추세다. 민간 은행 및 제약 전문 헤드헌터 펑페이신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고위급 경영진의 경우 전직 급여 인상이 최소 20~30% 였다”며 “그러나 현재 월급은 동결됐으며, 심지어 삭감하는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국 기업 제재에 따른 국제 관계의 불안정 또한 민간 기업의 수입을 감소시켰고, 이는 인력 감축으로 이어졌다. 펑페이신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 중국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 됐다”며 “동남아시아와 기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 주도의 실크로드 경제 벨트) 국가의 시장들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구매력이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중국 38개 주요 도시의 지난해 신입사원 월평균 급여는 전년 동기보다 1.3% 하락한 1만 420위안(약 190만원)을 기록했다. 집계가 시작된 2016년 이래로 가장 큰 하락폭이다.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은 지난해 6월 역대 최고치인 21.3%를 기록한 후 6개월 동안 발표가 중단되기도 했다.
임금이 줄고 실업이 늘면서 소비심리도 얼어붙었다. 지난해 4~5월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소매판매는 점차 둔화하면서 12월 7.4%, 연간 7.2% 증가에 그쳤다.
내수가 위축되면서 중국의 소비자물가도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0.3% 하락하는 등 최근 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생산자물가도 15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지난해(5.2%)보다 0.6%p 낮은 4.6%로 제시했다.
소비 여력이 있는 사람들도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출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애덤 포즌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이 팬데믹 기간에 경제·사회 전반에 자의적이고 권위적인 권력을 행사했다”며 “그 결과 가계와 기업이 돈을 쌓아놓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인 게이브칼드래고노믹스의 분석가인 추이 에르난은 “이후 고용시장이 2분기나 혹은 3분기에 반등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수요를 증가시키기 위해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하를 단행해 통화를 완화하고, 부동산 거래를 활발히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SCMP는 보도했다.
중국 최대 기업 데이터베이스 운영업체 중 하나인 치차는 정규직이 아닌 긱워커(초단기 근로자)와 같은 유연한 근로형태가 증가한 것 또한 중국의 열악한 고용 환경을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온라인 채용 정보 회사인 질리안 자오핀(Zhilian Zhaopin)에 따르면 유연한 근로 형태를 선호하는 중국 구직자들은 지난해 1분기 전체 구직자의 23.2%를 차지했다. 이는 2020년 1분기인 18.6%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연간 1000만명 넘게 쏟아지는 대학 졸업생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불만이 쌓이고 있으며 올해는 사상 최대 인원인 1179만명이 대학을 졸업할 것으로 예상돼 가뜩이나 좁은 취업문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국 구직자들은 국내가 아닌 해외 취업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중국의 인재 채용 사이트인 라이핀이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지역에서 신규 채용을 진행하는 중국 기업은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지난해 상반기 44.4% 급증했다. 해외에서 지원하는 구직자들도 같은 기간 92.9% 늘었다. 이중 해외 취업 희망자의 30%는 대학원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