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가맹점주에 협약 강제 어려워”
“정책 의도 공감…추후 협의 이어갈 것”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내년부터 마트와 백화점 등 주요 유통업체 8개사가 제품의 용량 변경 관련 정보를 소비자에 안내한다. 가맹점 중심인 편의점은 단기간에 시스템 마련이 어려워 차후 소비자 편의를 위한 협의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은 한국소비자원과 유통업체가 맺은 ‘슈링크플레이션(제품 가격은 유지하면서 제품 용량을 줄여 판매하는 것)’ 관련 자율 협약사에서 제외됐다. 본사 체제인 대형마트나 백화점과 달리 편의점은 가맹점주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편의점사의 가맹점 비율은 약 99%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CU는 1만6787개 지점 중 가맹점포가 1만6615개, GS25는 1만6448개 지점 중 1만6337개에 달한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도 각각 1만4300여개, 6365개 지점 중 99%가 가맹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편의점은 가맹점주 소유의 점포라 본사에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가맹사업법에 따라 점주들 협조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사전 양해 없이 협약에 참여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반적인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편의점 점포의 특성 때문이라 향후 (물가 안정 정책에) 참여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맹점주들도 소비자 권리를 위한 정책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드러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장은 “슈링크플레이션은 제조사가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지만, 편의점도 협약에 참여해야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진다”며 “편의점 업계가 움직이면 결과적으로 제조업체도 더 경각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율협약에 참여한 쿠팡과 컬리는 온라인 판매처지만, 자체상표(PB)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마트와 백화점은 제조업체에서 그대로 제품을 받아 납품한다”며 “쿠팡이나 컬리는 PB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단위가격에 대한 표시 등을 안내하기 원활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원은 편의점협회와 협의를 통해 차후 협약 확대 등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편의점협회와 꾸준히 협의할 계획”이라며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서도 추가로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정보를 제공할 방안을 계속 확대하겠다”고 했다.
한편 제조업체의 ‘꼼수 인상’ 사례는 잇달아 적발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을 소비자 기만행위로 보고 실태 조사에 나섰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1년간 37개 상품이 가격은 유지한 채 용량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소비자원의 사례에서 빠진 제품 24개(스킴플레이션 2개 포함)를 추가로 발견했다. 이들 식품업체는 용량을 평균 11.3%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소비자원은 롯데마트, 신세계백화점, 쿠팡 등 8개사와 상품 용량정보 제공 및 표시 확대를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자율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각 업체는 분기별로 판매하는 가공식품 및 생활용품의 용량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원에 제공한다. 소비자원은 다가오는 연초에 제조업체와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1월 내에 자율 협약을 맺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협약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3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용량 축소 등에 대한 정보제공 확대 방안’을 발표한 것에 따른 후속 조치다. 공정위는 앞서 ▷소비자원-사업자 간 자율협약 추진을 통한 모니터링 체계 구축 ▷소비자원·단체 모니터링을 통한 정보제공 확대 ▷제도적 차원의 정보공개 확대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