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G7과 러 동결자금 이용 방안 긴급 논의
우크라 지원안 미 의회가 제동 걸자…대체 자금원 절실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미국이 동결된 러시아 자산 3000억달러(약 391조원)를 압류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동맹국들과 긴급 논의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불법의 소지’가 있다며 러시아 동결자산 압류에 유보적이던 미국이 입장을 선회한 것은 서방 내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이 원활하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NYT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서방 국가에 은닉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3000달러를 압류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하는 방안을 동맹국들과 논의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주요 7개국(G7)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만 2년이 되는 내년 2월 24일까지 통일된 제안을 내놓자고 제안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최근까지도 의회의 조치 없이 자금을 압류하는 것은 “미국에서 법적으로 허용되는 일이 아니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 일부 고위 관리들은 미국이 돈을 압류하는 선례를 만들 경우 다른 나라들이 연방준비제도(연준·Fde)에 자금을 맡기거나 달러로 예치하기를 주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G7과 협력해 국제법에 부합하게 압류 권한을 사용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의회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지 법적 검토에 들어갔다고 NYT는 지적했다. 또 러시아 자금을 우크라이나 경제 재건 및 예산 지원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하는지, 무기 지원 등 군사적 목적으로도 쓸 수 있을지도 논의 중이다.
이같은 변화는 614억달러(한화 약 80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안이 미 공화당의 반대로 제동이 걸리면서로 알려진다. 한 고위 당국자는 의회가 당장 우크라이나 원조에 합의하더라도 공화당원 사이에서는 전쟁에 대한 지지가 약화하고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입지도 점점 불안해질 것이기 때문에 ‘대체 자금원’이 절실히 필요해졌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에서도 1000억달러(한화 약 130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책이 헝가리의 반대로 표류 중이다.
해외 금융기관에 예치된 러시아 중앙은행의 동결자산 약 3000억달러 가운데 50억달러(한화 약 6조5000억원)는 미국 기관에 예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방이 논의 중인 자금 활용법으로는 ▷압류 자산을 우크라이나로 직접 이전하는 방안 ▷유럽 금융기관에 보관된 자산에서 얻은 이자 및 기타 이익을 우크라이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 ▷우크라이나가 대출받을 때 압류 자산을 담보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있다.
EU는 이미 지난 12일 역내 금융기관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의 수익금을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에 사용하는 방안에 합의했고, 독일 연방 검찰은 최근 제재를 받고 있던 러시아 금융회사의 프랑크푸르트 은행 계좌에서 7억9000만달러(약 1조266억원)를 압수했다.
필립 젤리코우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동결 자금과 관련한 이슈는 그야말로 판도를 바꾸는 것”이라며 “이 돈을 둘러싼 싸움은 어떤 면에서는 이번 전쟁에서 핵심적으로 치러야 할 공세”라고 분석했다.
주권 국가로부터 거액의 돈을 압류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로, 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예측할 수 없는 법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러시아의 소송과 보복은 불 보듯 뻔하다.
러시아는 이미 보복을 경고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이날 EU가 러시아 자산을 동결해 발생한 수익금을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한다면 “러시아도 똑같이 맞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비우호국 투자자의 러시아 내 투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는데, 지난 4월 1일 기준으로 4770억루블(약 6조7590억원)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