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번달 중 불송치 결정”

이선균 협박한 B씨 특정 안돼

진술·정황만으로 마약입증 역부족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가수 지드래곤(권지용)이 지난달 6일 오후 인천 논현경찰서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경찰이 가수 지드래곤(35·권지용) 사건을 ‘혐의 없음’으로 종결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대적으로 연예인 마약 투약 의혹 수사를 펼쳐온 경찰이 결국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축인 배우 이선균(48)에 대한 수사도 답보 상태에 빠진 상태로, 경찰의 무리한 수사가 한동안 도마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지난 13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조사한 권 씨를 다음주 중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강남 유흥업소 마약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은 권씨와 함께 이곳에 방문한 연예인 및 유흥업소 여직원 등 6명을 최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혐의를 입증할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앞서 권 씨는 간이시약 검사, 모발 감정에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손·발톱 정밀감정에서도 마약 음성 판정을 받았다. 감정으로 권 씨 마약 투여 사실이 확인되지 않자 곧장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경찰은 진술을 토대로 정황증거를 찾는 데 주력해 왔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말 “(권 씨 마약 감정 결과가) 음성으로 통보된 것은 맞지만 추가 수사를 더 해야 한다”며 “음성 결과에도 불구하고 마약 투약 정황이 확실하면 유죄를 선고한 몇몇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말하며 당시까지도 수사 의지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최근 참고인 조사에서도 정황증거를 찾는 데 실패하면서 결국 수사는 종결 수순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배우 이선균씨. [연합]

경찰은 또 유흥업소 여실장 A(29)씨와 함께 배우 이선균 씨를 협박한 인물 B씨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2개월째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이 씨는 자신의 마약 투약 의혹이 알려지자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협박당했고 3억5000만원을 뜯겼다”라면서 A씨와 B씨 등 2명을 고소했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11일 “마약 투약 혐의 외에 이 씨가 공갈 혐의로 고소한 유흥업소 실장 A씨 관련 수사가 두 갈래로 진행 중”이라며 “공갈 사건에 대한 실체가 어느 정도 나와야 마약 투약 혐의 관련자와 참고인의 주관적 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씨 마약 투약 의혹도 공갈 사건에 대한 정황이 밝혀져야 입증될 수 있다는 뜻으로, 권지용 수사와 마찬가지로 답보 상태를 반복하다 입증에 실패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진다. 마약 감정 결과가 주요 증거로 제시되고 당사자 진술 등 정황증거가 부연돼야 마약 투약 의혹이 실체로 확인될 수 있는데, 직접 증거 없는 정황과 진술로는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것이 주된 관측이다.

경찰은 우선 이 씨를 공갈 사건의 피해자로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씨 마약 최초 제공자로 지목됐던 성형외과 의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이 씨 투약 입증이 어려워진 바 있다. 이 씨도 권 씨와 마찬가지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정밀감정에서 음성 판정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