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금리 정체기, 최고의 투자 기회”
높아진 금리에 장기채 투자하면 수익률↑
“채권, 은퇴자에 특히 매력적인 투자처”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인플레이션 둔화에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을 전환함에 따라 주식과 채권 장기물을 중심으로 투자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한해 투자자들은 안전한 투자를 통해 성과를 얻었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할 때가 됐다”면서 주식과 채권시장에 대한 관심을 강조했다.
WSJ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은 주식과 채권에서 돈을 빼내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현금성 자산으로 돌렸다”면서 “투자자들은 높아진 금리 덕분에 안전하면서도 최대 5%의 보장된 수익을 누렸다”고 설명했다.
미 연방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가계는 금융자산의 17%를 현금으로 보유하거나 MMF, 예금 증서 등 현금성 투자로 보유하고 있다. 이 비중은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미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미국 MMF 자산 총액은 5조8980억달러(약 7712조200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폭풍으로 은행에서 돈을 인출한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MMF에는 계속해서 잔액이 쌓이고 있다.
그러나 연준이 금리 인상을 사실상 종료하고 통화정책의 전환(피봇) 시점을 가늠하고 있는 만큼 투자 환경이 변했다는 것이 WSJ의 진단이다.
블랙록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주식과 채권은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고 인하로 돌아서는 시기를 전후해 높은 성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의 마지막 금리 인상 전 6개월 동안 주식은 연율 6.97%, 채권은 1.87%의 수익률을 거둬 4.42%인 현금성 자산에 비해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금리가 상승을 멈추고 고금리를 유지하는 기간 동안에는 높아진 금리 덕분에 채권은 연 14.77%의 높은 수익률을 보였고 주식 역시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연 21.36%의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금리 인하가 시작된 후 6개월 동안 채권은 연 7%, 주식은 연 15%로 수익률이 낮아졌지만 현금(4.11%)으로 계속 가지고 있는 것보다 나은 성과를 보였다.
투자자문업체 베일라드의 에릭 레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MMF, 고수익 저축계좌, 단기 국채 등 단기 증권을 매도하고 새해 전에 더 많은 돈을 주식과 만기 10년 이상의 장기 채권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레브 CIO는 “특히 채권은 지금 매입하면 앞으로 몇 년 동안 현재의 연간 수익률을 보장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단기 증권의 경우 가까운 미래 시점에 만기가 돌아오고 투자자는 수익률이 낮아진 상태에서 다시 자금을 재투자해야 하는 만큼 금리가 높아져 있을 때 장기 투자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좋다는 의미다.
특히 안정적인 수익을 필요로 하는 은퇴자나 은퇴 준비 연령에게는 채권이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고 있다. 채권 수익률이 2%대일 때 채권 40%, 주식 60%의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연 5%의 수익을 내려는 은퇴자는 주식에서 최소 7%의 수익을 내야 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채권 수익률이 4%를 넘어서는 상황에서는 주식을 60% 미만으로 줄여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5%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실제로 펀드정보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투자자들은 주식형 펀드에서 980억달러를 인출했으며 채권형펀드에는 1700억원을 넣었다.
플로리다 주의 폴 아우스랜더 재무설계자는 “은퇴자들은 은퇴자금의 성장을 보장하기 위해 주식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면서 “채권 40%, 주식 60%의 전통적인 투자 포트폴리오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