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월가, 숨겨진 부채 7조~11조달러 추산
지방정부 채무불이행 위험…금융 위기 우려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중국의 막대한 부채가 시한폭탄으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뿐 아니라 정부도 과도한 빚을 감당하기 어려워져 채무불이행(디폴트)과 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과 월가의 투자은행(IB)들은 중국 정부가 대차대조표에 기록된 것 외에도 최소 7조~11조달러(약 9181조~1경4427조원) 규모의 숨겨진 부채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국무원 산하 재정부는 올해 10월 말 기준 지방정부 부채가 40조1011억위안(약 7288조원)으로 집계됐다고 지난 1일 밝혔다. 하지만 실제 부채는 이보다 훨씬 천문학적 수준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골드만삭스는 연초 중국 지방정부 부채가 23조달러(약 3경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기반 시설 건설이나 기타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금융권으로부터 여러 방식으로 돈을 빌리고, 자금 조달용 특수법인인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를 통해 채권을 발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압력이 높아지면서 지방정부들은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졌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 중 4000억~8000억달러 가량이 채무불이행 위험에 놓여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지방정부 부채가 계속 불어나자 중국 중앙정부는 지난달 초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 위험 예방과 해결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판공성 인민은행 총재도 지난달 베이징 금융포럼에서 부채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 긴급 유동성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LGFV의 부실을 고려하면 중국 지방정부 부채는 이미 지속불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지방정부에서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금액 자체도 큰데다 신용시장 경색에 따른 개인과 기업 금융소비자들의 불안이 높아지면서 전국적인 금융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은행의 LGFV 노출액이 약 6조9000억달러로 은행권 전체 자산의 13%에 달한다고 밝혔다.
중국 신용조사기관 YY레이팅(YY Rating)의 설립자 야오위는 “일단 지방정부의 LGFV에서 디폴트가 일어나면 상황은 쉽게 통제 불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윈드(WIND)에 따르면 LGFV의 채권은 중국 내 회사채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LGFV의 미결제채권은 2018년 대비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지방정부의 디폴트로 많은 투자자와 채권자가 발을 뺄 경우 다른 대출자에 대한 자금줄도 막힐 우려가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에 토지 매매로 인한 수입도 급감한 지방정부들은 재정적 부담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집행한 막대한 지출로 현금도 고갈된 상태다.
궁지에 몰린 지방정부들은 특별차환채권까지 발행했지만 자금난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다.
로빈 싱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특별차환채권 발행은 충분하지 않고,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숨겨진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소 7000억달러의 부채 스왑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리서치회사 로듐그룹의 중국 연구 책임자인 로건 라이트는 “특별차환채권은 실제로 구조조정 계획이 아니라 재융자 계획”이라며 ”지방정부 부채의 대부분 문제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트는 지방정부의 부채 상환을 위해 더 많은 재정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채 연장이나 스왑이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 성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시장은 여전히 디폴트 위험과 LGFV 부채로 인한 금융 위기 확산을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인 중 제때 빚을 못 갚는 연체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개인 부채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법원에 따르면 18~59세 국민 중 854만명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채무불이행자로 분류돼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