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연구소 “이, 10년간 4000억달러 손실”

투자감소, 노동시장 혼란, 생산성 둔화 영향 커

“팔, 경제활동 3분의 1 감소…독립 좌절될수도”

“전쟁=돈” 이-팔전쟁 누가 이기든 막대한 경제 손실[디브리핑]
지난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 남부에 대규모 공습을 진행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가자지구를 둘러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이 2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누가 이기든 양쪽 모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스라엘은 최소 500조원의 피해를 입고, 팔레스타인 역시 독립된 국가를 형성하기 위한 경제적 토대가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으로 향후 10년간 겪을 직간접적 경제적 손실이 약 4000억달러(약 522조원)에 달할 것으로 최근 추산했다.

앞서 개전 1개월을 앞두고 금융매체 캘칼리스트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8~12개월 간 전쟁을 지속할 경우 2000억셰켈(510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당시 캘칼리스트는 하루에 약 10억셰켈에 해당하는 방위비가 지출되고 ▷수익 손실 400억~600억셰켈 ▷기업 보상 170억~200억셰켈 ▷복구비용 100억~200억셰켈 등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랜드연구소는 “제 2차 인티파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우리의 시나리오는 경제적 혼란이 최대 4년 간 이어질 것이라고 봤기 때문에 캘칼리스트의 추정치 보다 훨씬 큰 경제적 손실을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지난 2000~2005년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인의 대규모 저항 운동인 제 2차 인티파타 당시 이스라엘 경제가 겪은 경제적 손실을 기반으로 이번 전쟁의 경제적 손실을 추산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약 350억~450억달러의 손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 됐다.

랜드연구소는 이스라엘이 입을 경제적 충격의 90%는 투자 감소, 노동시장의 혼란, 생산성 둔화 등 간접적인 효과에서 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CNBC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30만명이 넘는 이스라엘 노동자들이 예비군 동원으로 경제활동에서 이탈한 상태다.

보고서는 “현재 위기의 구체적 내용은 우리의 시나리오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치적 혼란으로 약화된 투자환경과 핵심 인력의 동원으로 인한 노동시장 혼란은 이스라엘의 경제가 우리의 예상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이스라엘이 휴전기한 종료 직후 가자지구 남부에 대한 대규모 공격에 나선 것 역시 전쟁 피해가 확대되면 국내외적 전쟁 지지도가 빠르게 사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지원에 무한정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팔레스타인이 입을 경제적 손실은 더욱 파괴적이다. 랜드연구소는 “팔레스타인은 재산 파괴, 이스라엘 내 노동 활동 종료, 무역 제한 등을 겪으면서 총 경제 활동의 3분의 1이 급감할 것”이라며 “이러한 손실은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수립의 가능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과 지상 작전으로 가자지구 북부와 중부 지역의 건물 절반은 이미 파괴됐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일 이후 가자지구 남부지역에서도 2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했다.

게다가 이스라엘과 달리 팔레스타인은 전후 복구를 주도할 마땅한 정치 세력도 없는 상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재점령할 생각이 없고 2007년 하마스에 의해 가자지구에서 축출됐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현재 요르단강 서안도 스스로 관리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자치정부의 복귀는 이스라엘은 물론 많은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없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