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사는 삼성전자 주주 A(37) 씨는 올 들어 큰 폭으로 주가가 올랐지만, 번번이 주당 7만3000원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답답해하고 있다. 주당 8만원에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한 이후 수차례 물타기를 한 끝에 평단가를 7만5000원 대까지 내린 상황에, ‘손절’을 피할 수 있는 타이밍만 보고 있지만 ‘희망고문’만 계속되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A 씨는 “상반기까지만 해도 주변에선 증권가에서 내놓은 ‘9만전자’ 목표 주가에 조그만 희망을 가졌지만, 최근 들어선 시큰둥해진 상황”이라며 “‘6만전자’와 ‘8만전자’ 중 어떤 결과가 더 현실적인지 묻는다면 다수가 증권가의 전망을 믿지 못하고 6만전자를 꼽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7만2000~7만3000원대를 오가면서 ‘연고점’을 넘어 증권가에서 제시한 목표주가 ‘9만전자’ 수준까지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종가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55% 하락한 7만2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는 기관 투자자의 순매도세가 끌어내리는 힘을 외국인, 개인 투자자가 떠받치는 형국이었다. 기관 투자자가 47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할 때 외국인, 개인 투자자는 각각 276억원, 195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보였다.
삼성전자 주가가 7만3000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또다시 하강 곡선을 그리면서 개미(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볼멘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한 주식거래앱 커뮤니티에서 삼성전자 주주들은 “제대로 오른 것도 없이 조정”, “마의 73(삼성전자 주당 7만3000원)” 등의 글을 남겼다. 종가 기준 삼성전자 주가 연고점은 지난 7월 14일 기록한 7만3400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권가에선 삼성전자 주가가 내년 들어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반도체 업황 반등 사이클을 고려할 경우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주가 상승 동력 역시 충분하단 이유에서다.
흥국증권은 이날 ‘24년 기지개를 켤 때’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목표가를 9만3000원으로 제시했다. 전날 종가 기준 목표가까지 27.7%에 이르는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흥국증권은 “지난 3개 분기 동안 기록한 D램 적자에서 벗어나 올해 4분기부터 D램 흑자전환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AI용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본격적인 출하를 통해 내년은 기업가치 재평가의 원년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짚었다.
메모리반도체 부문에 대해 흥국증권은 “올해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공급 축소와 재고 감소를 통해 수급 상황은 개선되고 있다”며 “내년 1분기 중으로 동사의 재고 수준은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가동률은 점차 상승하며 메모리 수익성은 대폭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D램은 HBM 매출 비중이 증가하며 영업이익률이 올해 -9%에서 내년 38%로 흑자전환할 것으로 내다봤고, 낸드의 경우 올해 -66%에서 내년 -17%로 적자 폭이 줄 것으로 예상했다.
비메모리반도체에 대해 흥국증권은 “3나노미터(㎚) 게이트올어라운드(GAA) 양산이 내년부터 본격화되며 중장기 경쟁력 확보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 등 일괄 생산(턴키 생산) 체제가 가능한 유일한 업체로 내년부터 반도체 상승 사이클에 들어가면 우상향 주가 흐름이 기대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는 전날 홍콩서 개최된 인베스터포럼에서 내년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략인 GDP(GAA, D램, 패키징)를 공개했다”며 “기존 D램 대비 전력 효율이 70% 개선되고 대역폭과 전송 속도를 높인 온 디바이스 AI에 특화된 D램 양산을 내년부터 시작하는 동시에 3㎚ GAA 2세대 공정과 첨단 패키징 공정을 사업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전송속도를 개선한 LPDDR5X를 출시하고, 하반기에는 고대역폭 LLW DRAM을 양산할 예정”이라며 “2025년에는 GDDR7을 선보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고성능컴퓨팅 분야에서는 4나노미터 AI 가속기도 출시할 예정이다. 그는 "최근 1년간 삼성전자 주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진입 우려로 경쟁사 상승률 대비 40% 이상 차이를 보인다"며 "하지만 내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반도체 상승 사이클 진입과 HBM 점유율 확대로 전년 대비 360% 증가한 33조3000억원으로 추정돼 가격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9만1174원이다.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곳은 SK증권(1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