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카드채 발행액 전년 比 104% 증가
“단기채로 자금 선조달”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한전채와 은행채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카드채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일어나고 있다. 수익성을 위해 단기채 공급을 원하는 카드사와, 높은 금리의 장기채를 담기 원하는 수요자 간의 불균형이 나타나는 것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증권사 랩어카운트·신탁 검사가 지속되면서 여전채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11월 들어 이날까지 카드회사들이 발행한 카드채 발행액은 1조89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250억원)보다 104% 증가했다.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짧게 발행했던 채권의 만기 도래 증가와 함께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12월까지 자금을 선조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드사의 채권발행을 살펴보면 대부분 1~3년 만기의 카드채로 3년 이상의 장기채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만기가 3년물 미만인 카드채가 발행된 게 22차례로 대부분이었으며, 3~5년물은 17차례로 이보다 적었다. 고금리의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카드사가 효율적으로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차입금을 일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올 11월에 발행된 신용카드사 여전채의 평균 금리는 4.9%로 5%에 육박했다. 지난 10월 평균 표면금리인 4.7%보다도 20bp(1bp=0.01%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높아진 조달금리를 감당키 힘든 카드사로선 우선 단기채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시장의 수요는 정반대다. 지금의 금리가 고점이라는 인식이 있어 채권 시장에선 장기간 고이자를 받을 수 있는 장기채를 선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신용평가사의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금리가 고점이라는 인식이 있어 스프레드(장단기금리차)가 벌어져있을 때 고이자를 받을 수 있는 장기채를 선호하고 있다”며 “하지만 여신성 자산이 높은 카드사의 자산 듀레이션은 길어지는데 단기채에 집중할 경우 자금 조달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랩어카운트·신탁 검사를 진행하며 여전채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얼어붙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라 자산구성부터 운용까지 종합적으로 자산을 관리하는 증권사 랩어카운트·신탁 부문이 여전사 기업어음(CP)의 주요 수요자였는데, 당국이 최근 증권사 랩·신탁의 채권 돌려막기 등 운용 실태 점검에 나서며 카드채 시장도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카드채 수요가 예전같지 못한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당분간 자금조달에 애를 먹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각종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여전사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전채의 해외 발행, 금리변동부채권(FRN) 등 채권 발행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증권사 랩신탁이 카드채 수요의 최대 창구였는데 해당 부문이 무너졌다”며 “대만 등 해외에도 FRN을 발행하는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