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진료 환경 만드는 대책이 우선
필수의료 의료진에 의사만 있냐는 지적도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의 자긍심이 떨어졌다’는 지적에 정부가 대한민국 의사상(가칭)을 도입할 계획이지만 의료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정부는 필수의료 등에 종사하는 의사들을 격려하고 포상하기 위해 ‘대한민국 의사상’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연구용역이 종료돼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연말 행정안전부의 2025년도 상훈 심사에 대한민국 의사상 도입을 신청할 계획이다.
앞서 복지부는 올해 1월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하며 중증·응급 수술, 소아진료 등에 헌신한 의료인을 대상으로 의사상을 도입해 필수의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의사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국내외 사례 등을 참고해 수상자 심사 절차와 기준, 운영방안을 수립한 뒤 지난달 보고서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에는 고위험·고난도 분야 수술 실적과 근무경력 등 필수의료 분야의 기여도가 반영될 전망이다.
하지만 상 제정에 대해 잠정 수상자인 의사들은 물론 간호사 등 의료진과 의료서비스 수요자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필수의료 현장은 열악하고, 의사 인력 확충과 법적 부담 감경 등 관련 정책에서 의료계·수요자·정부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신뢰나 직업적인 존경 대신 ‘이기적’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진 상황에서 의사상을 받는다고 하면 창피할 수도 있고, 편가르기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며 “필수의료 종사자들이 정상적인 환경에서 진료를 하고 그것이 사회에서 인정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산하 전문위원회 위원인 신수진 이화여자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의사만 필수의료를 하는 것이 아니다. 숙련된 간호 인력도 필수의료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필수의료를 논할 때는 팀, 조직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의사상 도입은 그런 시각에서 나온 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보정심에 수요자 단체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순서가 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며 “필수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의료진은 기피하고 환자는 건강상 위해를 받는 와중에 의사상 도입이라는 게 누구에게도 반갑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세종백블]은 세종 상주 기자가 정부에서 발표한 정책에 대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은 물론, 정책의 행간에 담긴 의미, 관가의 뒷이야기를 전하는 연재물입니다. 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공무원들의 소소한 소식까지 전함으로써 독자에게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