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증시 급락세에 개인 투자자 투자심리 악화
IPO 등 자본조달 거래 수수료 급감
中 기업 성장 위한 기반 약화 우려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여파로 개인 투자자와 해외 투자은행(IB)이 중국 자본시장을 등지고 있다. 자본 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중국 기업의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모든 연령층의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 의욕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빅테크 텐센트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중국 주식 시장에서 60세 이상의 실버 투자자는 전체 개인 투자자의 4.73%를 차지할 정도로 고령층의 주식 투자는 중국 증시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 비중은 지난해 말 2.65%까지 떨어졌다.
1990년대 초 회사원 시절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는 리직신(73)은 SCMP에 “개혁·개방으로 중국 경제가 성장할 땐 시간이 지나면 돈이 손에 들어왔지만 지금은 확실히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통상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주식 등 위험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젊은이들 역시 중국 증시에 대한 관심을 잃고 있다. 상하이 자오통대 상하이종합금융연구소와 찰스 슈왑의 연구에 따르면 연간소득 12만5000~100만위안의 18~24세 중국인 중 주식을 가진 비율은 2021년 26.6%에 달했지만 올해는 17.3%로 줄어들었다. 24~34세 연령층에서도 주식 보유 비중이 2021년 32.8%에서 올해 17.9%로 줄어들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대니 리우(28)는 “전문가도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여유가 있다면 차라리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을 떠나는 것은 당연하게도 중국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상위 300개 종목 지수인 CSI300은 연초 4200선을 넘어섰지만 헝다 발 부동산 위기가 심화되고 미중 갈등에 따른 경제 둔화가 가시화되면서 10월 말엔 3500선이 무너졌다.
증시가 부진하다보니 중국 기업 상장(IPO)을 중심을 하는 자본시장은 서방 IB의 외면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유럽의 IB들은 지난 10년 동안 수백개의 중국 회사의 자본 조달을 도우며 아시아 금융 허브에서 번창했지만 이제 그 시절은 지나갔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자본시장 데이터 업체 딜로직의 추산에 따르면 글로벌 IB가 올해 중국 기업들로부터 위안화 이외의 통화로 벌어들인 거래 수수료는 5억 3900만달러로 2020년 37억5000만달러에 비해 급감했다. 중국기업들이 해외 자금을 대부분 미국 달러 또는 홍콩 달러로 조달한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IPO 시장의 낮은 수수료율도 IB들이 중국 시장을 등지는 원인 중 하나다. 미국의 경우 통상 전체 거래금액의 5% 이상을 수수료로 지불하지만 중국의 경우 3%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투자 환경이 급속히 나빠지자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유명 IB들은 중국 거래를 담당한 직원을 수십명 단위로 해고하고 있다. 컨설팅 업체 키어니의 케빈 궉 파트너는 “중국 상황은 빠르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글로벌 IB들의 자금이 중국 시장의 관문인 홍콩에서 아시아의 다른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