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후배 선수들을 폭행하거나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았던 전직 프로축구 선수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구고법 형사2부(정승규 부장판사)는 8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전 대구FC 선수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또 40시간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3년간 아동 등 관련기관 취업제한을 명했다.
A씨는 2018년 3월부터 10월까지 대구FC 숙소에서 후배 B씨에게 알몸으로 머리를 바닥에 박게 하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여러 차례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비슷한 시기 9차례에 걸쳐 B씨의 신체 특정 부위를 만지는 등 행위로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를 입힌 혐의도 받는다.
또 다른 후배 1명에게도 머리를 바닥에 박게 하는 '원산폭격'을 시키는 등 가혹행위를 한 혐의도 있다.
A씨 범행은 피해자 가족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A씨를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청원인은 2021년 4월 "제 동생은 불과 3년 전 프로 축구선수로 활동하면서 구단에 있던 고참 선수 A선수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또 폭력 및 성추행도 당했다"며 "옷을 벗긴 채 '대가리 박아'를 시킨 증거 영상도 동생의 부탁으로 룸메이트가 몰래 촬영해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공개된 가혹행위 영상에서 A씨는 후배 선수에게 알몸으로 '원산폭격' 자세를 시킨 뒤 건너편에서 지켜보며 "코어다 코어 자세, 좋아 좋아"라고 말했다. 운동 중인 A씨의 몸을 짓눌러 뒤틀며 괴로워하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같은 축구단 소속 후배들에게 상당 기간 지속해서 머리를 박는 자세를 강요하거나 강제로 추행하고, 범행 후에는 피해자들을 비난하며 2차 가해까지 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일부 피해자에 대한 강제추행과 강요 혐의에 대해서는 범행 일시 등이 명확하지 않다며 원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