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 러시아 대선·3월 31일 우크라 대선

푸틴, 영구집권 계획한 듯

젤렌스키, “전쟁 중 선거 논의는 무책임한 일”

둘 다 경쟁자는 없다시피…출마는 곧 당선 유력

공습 이어지고 인구 대거 차출 상태서 대표성 논란

푸틴은 내년 3월 대선 출사표 던졌다…젤렌스키의 선택은? [디브리핑]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 중에 선거를 치른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오른쪽)이 내년 3월 24일 대선 출마를 결정지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러시아의 상황은 예상가능한 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선거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불확실성이 이어질 전망이다.[AP}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평시였다면 내년 3월 대통령 선거가 예정대로 치러진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됐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출사표를 던지며 종신집권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에 비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금은 선거를 치를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발언을 내놓아 대조된다.

6일(현지시간) 화상 연설을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2024년 선거에 대해 가벼운 방식으로 논의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이 국가와 국민의 운명이 걸린 방어의 시기, 전투의 시기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현 시점에서는 선거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계엄령에 따라 선거가 금지된 상태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전투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젤렌스키 대통령이 두루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선 출마는 보다 선명해졌다. 이날 로이터 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내년 3월 24일 예정된 러시아 대선에 푸틴 대통령이 출마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들이 선거운동과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하며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71세인 푸틴 대통령이 내년에 또 당선되면 2030년까지 6년 더 권력을 유지한다. 권좌에서 내려올 때 쯤이면 80세에 가깝다. 사실상 영구 집권을 꾀한다고 봐야한다.

현재 푸틴 대통령 8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얻고 있는데다, 전시상황이라 국민들도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출마는 곧 당선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한 소식통은 “러시아는 서방의 복합적인 힘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러시아 대선이 끝나고 정확히 일주일 뒤인 3월 31일 선거일정이 잡힌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이보다 복잡하다.

물론 젤렌스키 대통령도 그에 필적할 만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선거를 실시할 경우 연임할 가능성은 높다.

지난 5월 키예프 국제사회학 연구소가 실시한 호감도 조사에 따르면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86%로, 8%에 불과한 젤렌스키 대통령을 압도한다. 하지만 그는 정치적 야심을 드러낸 적이 없다.

때문에 우크라이나 대선은 경쟁자의 유무보다는 투표 자체가 가능할 지가 본질적 문제라고 프랑스 르몽드지는 지적했다. 러시아의 공습이 이어지는 와중에 투표소를 차리는 것은 무리라는 반응이다.

우크라이나 펜타 정치연구소의 볼로디미르 페센코 소장은 “우리는 폭격을 당하고 있다. 무슨 선거를 말하느냐”고 언급했다.

또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에 살고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을 비롯해 동원된 수십만 명의 군인, 유럽 전역으로 흩어진 800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투표권이 보장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연 대표성을 띌 수 있겠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선거의 엄청난 자금 조달 비용도 문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선거를 조직하는 데 약 1억2500만 유로(1749억4375만원)가 든다고 말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그는 “무기에서 돈을 빼내 선거에 기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법적으로 도 불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천문학적인 돈을 지원해온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전쟁의 ‘대의’인 민주주의에 대한 약속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만큼 상황은 가변적이다.

지난 8월 키이우를 방문한 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공화)은 러시아의 폭격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이때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연합이 선거 조직 비용을 분담하고, 입법자들이 법을 개정하기로 동의하고, 전체 인구가 투표에 참석할 수 있다면 그때 합법적인 투표가 실시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나는 준비돼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