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대통령 재대결 유력, 유권자 피로감 고조
무소속 케네디 주니어, 3자 대결서 19%…‘돌풍’ 예고
제3후보가 선거 향방 가를 전망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차기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박빙의 리턴 매치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워싱턴 정가에선 ‘제3의 후보’가 선거의 향방을 가를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국민들의 피로감이 쌓일 대로 쌓인 전현직 대통령 간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아웃사이더’의 돌풍이 선거 전체 판세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외신들은 다가오는 미 대선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중 ‘차악(次惡)’을 뽑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정가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면서, ‘바이든’과 ‘트럼프’만이 유권자들의 유일한 선택지가 아님을 재차 상기시키고 있다. 공화당 전략가인 제커리 모일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유권자들이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대결을 통해 차악을 선택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면서 “양당 모두 투표율 면에 있어 도전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P는 “주요 정당의 가장 유력한 후보인 바이든과 트럼프는 모두 매우 인기가 없다”면서 “아웃사이더 후보들에 대한 관심은 내년 대선에 처한 극도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상기시킨다”고 전했다.
여론조사에서도 무소속 후보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하버드대 미국 정치연구소(CAPS)와 해리스폴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무소속의 로버트 F 케니디 주니어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3자 가상대결에서 19%에 달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미 정치명문가인 케네디가의 일원으로 민주당 경선 계획을 접고 지난달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케네디 주니어는 출마 선언 6시간 만에 1100만달러(148억원)를 모금하는 기염을 토하며 일찍이 대선판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의회 전문 매체 더 힐은 “케니디의 정치자금 모금 규모는 무소속 후보의 견인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케네디 주니어가 선거에서 세력이 될 가능성을 자각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더불어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자 진보 성향 학자인 코넬 웨스트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후 흑인사회의 지지 속에 선거의 반경을 넓혀가고 있고, 중도·초당주의를 표방하는 ‘노 라벨스(No Labels)’ 역시 내년 봄께 자체 대선 후보 출마 여부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를 할 것으로 점쳐진다.
물론 이 같은 공화당과 민주당 등 양당 외 후보들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박빙의 대결 속에 제3의 후보가 양당 후보 중 누구의 지지율을 분산시키느냐는 권력 향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정가의 시각이다.
실제 지난 1992년 대선에서는 억만장자 로스 페로 후보가 19%에 달하는 득표율로 ‘무소속 돌풍’을 일으키며 보수 진영표를 잠식 당한 조지 H.W 대통령의 재선을 가로 막은 바 있고, 지난 2000년 대선에서는 랠프 네이더 녹색당 후보가 경합주에서 10만표에 가까운 표를 얻으며 조지 W 부시 당시 후보의 승리에 도움을 준 바 있다.
또한 정가는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승리의 결정적 배경 역시 녹색당 후보인 질 스타인의 약진을 꼽고 있다. 당시 스타인은 최대 격전지 중 하나였던 펜실베이니아에서 5만표 가량을 득표했는데, 이 지역에서 트럼프 후보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단 4만4000표 차이로 따돌렸다.
AP는 가장 최근 제3후보 돌풍으로 ‘승리를 빼앗긴’ 경험이 있는 민주당에서 케네디 주니어를 비롯한 무소속 후보들의 부상을 우려깊게 보고 있다면서도, 정치적 인프라가 부족한 다수의 무소속·제3당 후보들이 본선까지 완주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대선 핵심 승부처 6곳 중 5곳에서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오자, 민주당 내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출마 재고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흘러나오는 모습이다.
민주당 선거 전략가인 데이비드 액설로드 전 백악관 선임고문은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대선 후보를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가 계속 도전하고자 한다면 민주당의 후보가 될 것”이라면서 “오직 바이든 대통령만 (사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가 결정해야 할 것은 그것(출마)이 현명한지, 자신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지 아니면 국가에 이익이 되는지의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