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활황 때 묶었던 규제들…불황이니 전부 풀어야”
“LH, 고통 분담 해야”
[헤럴드경제=서영상 기자] 우려했던 시행사들의 위기가 현실로 닥치자 업계에서는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라버린 공사비에 높은 금융비용 때문에 사업이 ‘올스톱’된 상황에서 시간만 끌다가는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시행사 대표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면서 “쓰러지는 시행사·건설사들이 생긴다면 이는 곧 서민들의 주거 불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벨로퍼 중에서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공동주택용지 등을 분양받아 사업을 시행하는 대형회사들은 ‘LH의 고통 분담’을 최우선적로 요구했다. 이를 위해 토지 대금을 연체하는 일부 회사들은 납부유예 또는 현행 8.5%인 연체이자율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택지가격도 천정부지로 올라 LH가 큰 이익을 낼 수 있었던 만큼 경기가 어려운 때 LH가 나서 시행사들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한 시행사 대표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 가구의 아파트를 짓고 분양하는 회사들인 만큼 이 회사들의 재정건전성은 곧바로 서민 주거 공급과 연관될 수 있다”면서 “2~3년 전 수도권에서 국민평형을 지어 20억원 넘게는 분양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분양받은 회사들이 전부 물렸다. 공급가격의 3배, 많게는 4배를 내고 낙찰받은 회사들도 있다”고 전했다.
시행사들이 회원으로 속한 부동산개발협회 관계자도 “적어도 공급예정가격 이상을 LH에 이미 계약금·중도금으로 납부한 회사들에 한해서라도 납부 유예를 해줄 것을 요구했다”면서 “경기 사정을 고려해 조금만 늦춰 줘도 시행사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같은 요구에 대해 LH로서도 다른 회사들과 형평성 이슈 등이 있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2020년 종부세법이 개정되며 법인소유 주택에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적용된 것도 시행사들의 미분양 물량 해소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과거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때 만든 법인들의 투기를 막기 위한 장치들도 완화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분양 물량을 자체 매입해 당분간 장기 임대 주택으로 운영하려고 해도 종부세 탓에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지방에서 주로 시행을 하는 한 건설사 대표는 “임대분양이라도 늘리면 나중 이것들이 실공급으로 이어질텐데 법인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을 전부 막아놨다”면서 “지방과 비교하면 수도권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했다.
현행 종합부동산세 산정에서 배제되는 지방 저가 주택의 기준을 공시지가 3억원에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미분양 등 침체가 극심한 지방 부동산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원포인트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다주택자의 기준이 2채부터 시작하다 보니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수도권 인기 지역으로만 몰려 지방과 수도권 간 양극화가 극심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9월 “수도권에 사는 이들이 지방에 주택을 보유하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면서 “농·산·어촌에 대해 ‘1가구 2주택’ 부분을 풀어야 한다”고 밝혔지만 그 뒤로 관련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강원도에서 땅을 마련해두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준비중이라는 한 시행사 대표는 “PF를 통한 자금조달은 물론 당장 분양이 안 되다보니 시공사 찾기도 너무 어렵다”면서 “활황 때 묶었던 규제들을 지금은 극심한 불황이니 전부 풀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