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준 LH 미매각 공동주택용지 전국 91만㎡
수도권 16개·지방 12개 필지…조건 완화해도 유찰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동주택용지 중 사겠다는 시행사가 나타나지 않아 ‘미매각’ 상태로 남아있는 용지 면적이 91만㎡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분양 증가와 금리 인상·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사업성 악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위축 등 어려운 시장 상황에 신규 택지 매입을 주저하는 시행사가 많아진 까닭이다. 축구장 127개 면적에 달하는 수준의 넓은 부지가 주인을 찾지 못해 공동주택 건설이 지연되면서 향후 공급난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LH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공사가 1회 이상 공급을 시행했지만 매각되지 못한 공동주택용지는 전국 28개 필지, 총 91만3020㎡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팔리지 못한 수도권 공동주택용지는 16개 필지로 지방보다 많았다. 분양아파트 건설 용도로 공급된 인천영종 A13·50, 파주운정(01, 택) A38 등 3개 필지 외에는 연립주택, 주상복합 건설을 위한 필지로, 평택소사벌 S1, 화성동탄2 B-1·14, 군포대야미 M1, 의왕청계2 M-1, 남양주진접2 M-1·2 등이 미매각 상태다.
지방 12개 필지는 모두 분양아파트 건설용으로 괴산미니복합타운 A3·4, 석문국가산단 B-1·4·5·6, 정읍첨단 A2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수도권 공동주택용지는 LH가 매각 조건을 완화해 재공고를 내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 첫 공급 공고가 난 인천영종 A53의 경우, ‘3년 유이자 분할납부’던 대금납부조건을 올해 7월 ‘18개월 거치 5년 무이자 분할납부’로 완화했지만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없어 9월에는 기존 30억원의 신청 예약금을 10억원으로 낮췄다. 그럼에도 유찰됐다. 인천영종 A50은 ‘1년 유이자 분할납부’에서 ‘5년 유이자 분할납부’로 대금납부조건을 바꿔 지난달 공급했지만 분양받겠다는 업체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때 공공택지는 민간택지 대비 가격이 저렴해 분양만 받으면 ‘로또’로 여겨졌다. 시행사 입장에선 당첨만 되면 수백억원의 이익을 남길 수 있어 특정 업체가 자사 계열사를 동원해 입찰에 참여하는 벌떼 입찰이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PF 경색으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데다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이 늘어나고, 막상 분양을 받아도 시장 침체로 수익성이 떨어져 공공택지마저 외면을 받는 양상이다.
LH는 미매각 용지들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토지리턴제, 최장 18개월 거치식 할부판매, 최대 5년 이내 무이자 할부판매, 가격 재사정(공급가 재결정) 등의 방안을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건설업계의 요구가 많았던 토지리턴제의 경우 LH 대구경북본부가 지난 2013년 이후 10년 만에 한시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토지리턴제는 일정기간 경과 후 계약금 귀속없이 해약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LH 관계자는 “공사가 공급하는 공동주택용지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인식이 많았지만 시장상황 등으로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용지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각 토지별로 판매여건이나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유동적으로 미매각토지 판촉방안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